[데스크가 만났습니다]송병선 한국기업데이터(KED) 대표 "비정형 데이터까지 합해 4차 산업혁명 선도"

송병선 한국기업데이터 사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송병선 한국기업데이터 사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하나된 힘(One KED)으로 최고의 데이터 기업(Top KED)을 만들겠습니다.”

송병선 한국기업데이터(KED) 사장은 “바뀌어야 산다”면서 올해를 '재도약 원년'으로 선포했다.

송 사장은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면서 과거처럼 안일하게 정형화된 데이터베이스(DB)만 가지고는 생존하기 어렵다.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 환경 변화를 먼저 언급했다. 그동안은 정형 데이터 위주로만 기업을 평가해 왔지만 점점 더 비정형 데이터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KED가 기존에 갖고 있던 보유한 데이터에 기업 비정형 데이터를 결합, 분석하면 기업 신용이나 미래에 대한 예측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진단한다. 다양한 기업거래와 평가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변화에 발 맞추기 위해서는 혁신이 필요했다.

지난해 2월 취임한 송 사장은 먼저 노화된 인력을 교체하고 '평가지사'를 '지사'로 명칭을 바꾸는 등 조직을 개편했다. 그 과정에서 노동조합과의 마찰도 매끄럽게 풀어내며 '소통하는 리더'라는 평가도 얻었다. 노조, 중간관리자, 젊은 직원과 회식, 식사자리뿐 아니라 끝장 토론까지 진행한 결과다.

지난해 실적을 회복시키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신규채용, 신기술 개발 등 새로운 기틀을 다지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2019년 기해년(己亥年), '케드(KED)맨'을 표방한 송 사장이 그리는 한국기업데이터 청사진을 들어봤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송병선 한국기업데이터(KED) 대표 "비정형 데이터까지 합해 4차 산업혁명 선도"

-그간 공직에 있다가 처음으로 민간기업 사장을 맡게 된 지 벌써 1년 가까이 됐다.

▲정부에 몸 담았을 때는 정책만 하니까 실물 사업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제 현장에 직접 와서 4차 산업혁명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업을 만들어가는 게 좋다.

-취임 이후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인사혁신을 단행했다.

▲4차 산업혁명을 중심에서 선도하는 회사가 되기 위해 이를 악물고 뼈를 깎았다. 조직개편에서는 기술력 확보뿐 아니라 영업력 개선도 주요 방향으로 설정했다. 11개 평가지사 명칭에서 '평가'를 떼어냈다. 지사가 고객 접점에서 영업을 해야지, 평가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명칭을 바꾼 후 지사장에게 영업 경쟁을 시키니 금세 경쟁사를 따라잡았다.

인사혁신에서는 세대 교체에 방점을 찍었다. 한국기업데이터 최초로 희망퇴직제와 임금피크제를 단행했다. 이전까지 우리 임직원 중 50대 이상이 25%를 차지했다.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에게 희망퇴직과 임금피크제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했다. 퇴직을 원하면 퇴직금과 특별퇴직금, 전직지원금을 제공했다. 대학에 다니는 자녀가 있으면 마칠 때까지 학비를 보태주고 1년 간 의료 혜택도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그 결과 총 10명이 퇴직해서 올해 신규 직원 25~30명을 뽑을 수 있게 됐다. 이전 채용 규모 5~6배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 1월부터 비정규직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고자 정규직화를 본격 추진한다. 현재 전체 직원 중 53% 가까이가 비정규직이다. 주로 데이터 입력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처우도 정규직에 비해 수입도 불안정했지만 정규직 전환하면 직장 내 갈등도 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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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와 갈등을 어떻게 해결했나.

▲부임한 후로 노동조합과 관계를 재정립했다. 한국기업데이터는 '노사 갈등 넘버원'으로 꼽혔다. 작은 회사임에도 금융계에서 소문이 나있었다. 노조와 건강한 대화를 통해 노사 상생 길을 찾기로 했다. 노조위원장뿐 아니라 노조 국장까지 다 모여서 월 1회 정례 대화 시간을 가졌다. 젊은 친구들, 중간관리자와 대화도 하고 있다.

권위적이던 사장실을 터서 회의실로 만들었다. 지난해 말 직원들이 먼저 끝장토론을 하자며 사장실까지 찾아왔다. 나보다 회사를 더 오래 다녔고 그만큼 애정이 많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사장에게 회사 미래와 새로운 상품·영업에 대한 의견을 들어달라고 왔다. 매우 기뻤다. 마음의 문을 닫으면 안 되는데 먼저 끝장토론하자고 한 거다. (제안을 받고) 바로 다음 주에 진행했다. 점심부터 그 다음날까지 1박까지 하면서 얘기를 나눴다. 새벽 3, 4시까지 하고 싶었는데 12시쯤 되니 다들 어느 정도 정리가 됐다고 하더라.

처음에는 직원들이 경계를 많이 했다. 정부에서 온 것도 그렇고, 과거 사장들이 첫 해는 의욕적으로 하다가 2년, 3년 되면 포기해버린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요구한 것을 들어준 게 없다'는 불만도 팽배했다. 직원 열망을 충분히 이해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이 회사의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공감대를 넓혀 갔다.

-어느 부분에서 가장 크게 공감했나.

▲회사(한국기업데이터)는 설립 목적이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내부 갈등이 길어지다 보니 본질이 변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당초 설립 목적에 충실하면 시장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우리가 신용 기반 대출을 시작한 이후 중소기업이 자금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다. 벤처와 스타트업이 만들어지는 데 우리가 일조했다. 존재 이유를 따라야 회사가 똑바로 서는 거다. 우리가 지난해 12월 개최한 비전 선포식도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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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첫 비전 선포식에 '바뀌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아예 CI까지 새롭게 정의한 의도는.

▲과거에는 금융권에서 모이는 데이터베이스(DB)를 합쳐 판매하고 이를 기반으로 신용 평가만 하는 사업 구조였다. 이런 과거에서 벗어나 어떻게 하면 데이터 기반 플랫폼을 만들고 기업과 관련 산업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현존하는 국내 기업 수가 450만개인데 우리는 800만개 기업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 사라진 기업 이력까지 갖고 있다는 의미다. 1992년 신용정보 플랫폼 '크레탑'을 시작하면서 25~26년 동안 한국 기업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어느 다른 경쟁업체도 갖고 있지 못할 정도로 그 양이 방대하다.

단점은 정형 데이터에 그친다는 거다. 여기에 비정형데이터까지 합쳐야한다. 스크래핑(시스템이나 웹 사이트에 있는 데이터 가운데 필요한 것을 자동으로 뽑아 제공하는 기술)으로 많은 데이터를 끌어온 후, 비정형 데이터와 정형 데이터를 합쳐서 기업을 분석하는 방식이 있다.

-비정형화된 데이터 비즈니스는 얼마나 와있나.

▲지금은 초기단계다. 우리 데이터도 부족한 부분이 있어서 보완을 하고 있다. 올해나 내년 되면 굉장한 큰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워낙 방대한 작업이라서 금방 결과가 나오긴 어렵다. 최근 새로운 전문가를 많이 영입했다. 올해 내로 가시화된 성과를 내놓겠다.

경쟁업체는 영업 위주로 하다 보니 데이터 축적에 소홀했다. 우리는 그간 수익성보다 공공성에 집중했기 때문에 데이터를 충실히 쌓아왔다. 과거에 수익을 많이 못 내기는 했지만, 앞으로 잠재력이 빛을 발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간 기업평가 방식이 통계 위주였다면 이제는 빅데이터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한 평가방식으로 전환해가고 있다. 회계정보, 재무제표 정보 등 정형화된 데이터로는 한계가 존재한다. 비정형 데이터로 보완해서 완전하게 만들어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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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한다고 했는데.

▲지난해 조직개편에서 미래성장본부 설치하고 그 밑에 빅데이터 센터를 만들었다. 비정형 데이터를 AI로 분석, 기업의 향후 신뢰도에 대한 예측율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우리 서비스로 데이터의 힘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올 초부터 어느 지역, 어느 기업에서 도산하면 연쇄부도가 어떻게 일어나는지까지 자료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기업 전략뿐 아니라 정부 정책에도 차원이 다른 컨설팅을 제공하게 된다.

-하고 싶은 일이 많은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는 떠날 텐데, 어떤 CEO로 기억되고 싶나.

▲초심을 잃지 않았던 CEO로 기억되길 바란다. 지난해 말 비전 선포식에서 “케드 맨으로서 케드 상처를 치유하고 해야하는 일들을 하는 CEO가 되겠다”고 선언했다. 진심이 전달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분열됐던 회사가 '하나(One)'가 되면 '최고(Top)' 기업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실제 우리 크레탑 서비스는 이미 신용정보 평가 시장에서 톱이다. 처음과 끝이 같은 CEO라고 직원들이 생각해주면 큰 영광이고 기쁨이겠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송병선 한국기업데이터(KED) 대표 "비정형 데이터까지 합해 4차 산업혁명 선도"

○송병선 한국기업데이터 사장은.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해 서울대 행정대학원과 아메리카대학교 경제학과를 거쳐 숭실대 컴퓨터공학과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8년 행정고시 30회 합격, 경제기획원 행정사무관으로 관(官)에 발을 들여놓은 뒤 재정경제부 세제실 국세조세과, 기획예산처 산업정보예산과장, 기획조정실 기획재정담당관, 주뉴욕대한민국총영사관 재정경제금융관, 기재부 국유재산심의관,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기획단장 등을 두루 거쳤다.

2018년 2월 한국기업데이터 대표에 취임한 후 조직개편·인사혁신에 착수했다.

견제 기능을 강화하고자 사외이사를 1명에서 3명으로 늘리고, 내부 직원 중 능력 위주로 집행임원 2명을 발탁했다. 기술평가사업부문 재정비 차원에서 TCB전략부를 평가부문으로 이전했으며 수도권 2개 지역본부를 TCB 전담 지역본부로 개편했다.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미래성장본부를 신설했다.

소통 중심 경험으로 인사 혁신에 뒤따르는 첨예한 노사 갈등을 해결했다. 월 1회 노조집행부와 정례 대화 시간을 마련했다. 이로써 설립 이후 최초로 희망퇴직제 및 임금피크제를 시행했음에도 큰 갈등 없이 해결할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신한 여직원 대상 1시간 단축근무 보장 등 근무여건 개선에도 노력했다. 노사가 손잡고 회사 경영 개전에 착수한 결과, 1분기 적자였던 회사 실적도 3분기 증가세로 돌아섰다.

대담=홍기범 경제금융증권부장

정리=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