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슈어테크와 보험 변화

김규동 보험연구원 금융전략실 연구위원
김규동 보험연구원 금융전략실 연구위원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기술 진보가 모든 산업과 우리 일상생활에 많은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보험을 포함한 모든 금융업이 급속한 변화 속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성장할 것인가 하는 데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업에서는 금융과 기술 합성어인 핀테크가 가장 큰 관심을 끄는 이슈가 됐고, 보험 산업에서는 인슈어테크가 핀테크 못지않게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인슈어테크 핵심 기술로는 사물인터넷(IoT)과 흔히 ABCD로 일컬어지는 인공지능(AI), 블록체인, 클라우드, 빅데이터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기술이 접목된다고 해서 모두 인슈어테크라 할 수는 없다. 보험과 기술이 접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킬 수 있을 때 비로소 인슈어테크라 말할 수 있다.

다만 인슈어테크를 핀테크와 혼돈해서는 안 된다. 한때 인슈어테크가 핀테크 일부분인 것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나 보험이 은행·증권업과 다르듯 인슈어테크도 핀테크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이해해야 한다.

인슈어테크는 지난날 보험회사가 감당하기엔 어려운 서비스를 현실화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 보험회사가 하던 업무에 기술이 접목되면서 효율성과 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비자 편리성과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다. 새로운 기술을 통한 더욱 정교한 리스크 측정과 보험료 산출은 보험 수요·공급에 영향을 미칠 것이고, AI를 통한 보험 상품 판매는 기존 판매 채널에 따른 보험회사 우위를 허물고 보험 시장을 재편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슈어테크가 보험 산업에 미칠 가장 큰 영향은 보험회사 서비스 근본을 변화시키고 보험 개념을 새롭게 재정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에서 보험회사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서비스를 제공, 치과 비용 지급에 앞서 매일 건강한 구강 관리가 가능하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에서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 좋은 시작이 될 것이다. 이런 서비스는 보험회사가 예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이 같은 서비스에 대해 일부는 보험회사 업무가 아니라고 주장할 수도 있다. 지금까지 보험회사의 가장 중요한 업무는 사고로 피보험자가 입은 금전 손실을 보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종신보험이나 정기보험에서는 사망으로 말미암아 미래 수입이 상실됐을 때 유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 자동차보험은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나 재물 손실에 대해 금전 보상을 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가장 원하는 것은 금전 보상보다 사고가 애초에 발생하지 않는 것이며, 손해가 생기더라도 최소한 규모로 발생하는 것이다.

영국 런던에서는 1666년에 대화재가 발생했고, 이후 런던에서 최초로 화재보험회사가 설립됐다. 당시 보험회사들은 직접 사설 소방관을 운영했다. 화재보험에 가입된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보험회사가 운영하는 소방관이 출동, 직접 화재를 진압하는 방식이다. 고객은 보험회사가 얼마나 유능한 소방관 조직을 운영하는지에 따라 보험회사를 선택했다. 화재로 말미암아 발생한 손실을 금전으로 보상받는 것보다는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게 화재를 진압,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회사를 택한 것이다. 단순 손실에 대한 금전 보상만을 주요 업무로 삼고 있는 현재 보험회사가 역할을 어떻게 재정립해야 할지 답을 제시하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는 사고 예방 서비스가 보험회사의 주요 업무가 될 것이고, 이런 서비스는 인슈어테크를 이용함으로써 더욱더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서비스는 보험회사보다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김규동 보험연구원 연구위원 gyudong.kim@kiri.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