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택시, 버려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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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부산역에서 택시를 탔을 때다. 기사는 개인 관심사를 끊임없이 이야기했다. 대답을 잘 하지 않으니 화를 내기도 했다. 운행 도중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까지 보여 줬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미터기가 켜지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부르는 대로 계산했다. 부산역으로 돌아갈 때 비슷한 길로 갔는데 요금은 4000원이 덜 나왔다.

서울지하철 강남역 근처에서 송년회를 마치고 이동하려 했다. 일행이 '타다'를 불렀다. 연말에 강남역에서 택시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타다는 10분 만에 우리 앞으로 왔다.

시장에서 딸기를 샀는데 상자 밑에 깔린 것이 다 곯아 있었다. 몇 번 이런 일을 겪으니 대형마트나 전문 업체 새벽 배송을 이용하게 됐다. 품질을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잘못 오거나 상한 물건은 책임지고 바꿔 줬다.

앞에서 든 사례는 개인 경험의 일부다. 친절하고 깨끗한 택시를 이용한 적도 많다. 물건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요새도 시장에 서로 안부를 묻는 단골 상점 하나쯤 있다.

문제는 흐름이다. 기존 서비스에 불만을 품은 사람이 늘었다. 대안을 써 보지 않을 이유가 없다.

카풀을 둘러싼 논쟁이 연일 격해지고 있다. 택시기사 두 명이 아까운 목숨을 스스로 버렸다. 카풀이 택시 전체를 대체하리란 불안감 때문이다. 섣부른 걱정이다. 카풀도 비싼 요금, 품질 불균일 등 아직 한계가 있는 서비스다.

택시 산업을 압박하는 문제는 따로 있다. 특정 시간을 제외하고 넘쳐나는 공급, 불합리한 사납금 구조는 택시 서비스 질을 떨어뜨리는 진짜 주범이다.

카풀 등장은 택시 생태계를 어떻게 개선할지 공론화할 기회다. 기존 산업의 맹점을 파고든 서비스가 나타나며 정치권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카풀이 없었다면 택시 업계는 정부가 마련한 수준의 보상안을 얻기 어려웠다.

택시 업계는 대화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불안을 자극하고 애꿎은 기사들을 앞세워 강경 노선을 외치는 세력에 호응할수록 협상은 꼬이게 된다. 합법을 불법으로 바꾸자는 주장은 곧 밑천을 드러낸다. 당장 패를 버리는 것 같지만 이들을 외면해야 실마리가 풀린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