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많아지는데, 시설이 없어 실내수업... 교육 바꿀 근거도 없다

미래 교육과 저출산고령화·대기오염 등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 공간혁신이 시급하다. 학생을 공간 혁신 과정에 참여시켜 4차 산업혁명 시대 요구되는 협업·공감 능력도 키워야 한다는 주문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서울 코엑스에서 유현준 홍대 교육학과 교수 등 미래교육·건축 전문가와 '미래교육에 대응하는 학교 공간 혁신 및 개선방향' 토론회를 열었다.

유 부총리는 교육 혁신의 첫 단계로 학교 공간혁신을 추진 중이다. 지난 9일 학생, 학부모, 교사를 만난 데 이어 이날 전문가와 공간혁신 방안을 모색했다.

유 부총리는 “학생이 학교와 교실공간을 어떻게 바꿀까 설계하는 과정부터 참여해 협업하면서 공감 능력을 키우는 것이 모두 혁신적인 교육과정”이라면서 “학교 공간 건축에 대한 인식 변화로부터 미래 인재 양성 토대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인 브이아이랜드 대표는 공간 혁신을 통해 교육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했다. 부산 신선초등학교는 외진 곳에 있던 도서관을 학생이 편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중이 0%로 떨어졌다. 서울대왕중학교는 화장실을 깨끗하고 편한 공간으로 개선한 뒤 성적이 전국 2등으로 올라갔다.

저출산 고령화와 대기오염 등 환경 변화에 대응한 교육 혁신도 공간 혁신에서 시작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재림 한국교원대 교수는 “미세먼지 많은 날은 교실수업을 해야 해 체육활동이 줄어든다”면서 “학교 체육공간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쉬는 시간 밖에 나갈 수 없으니 복도를 광장형태로 재구성해 실내에서도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중 한국교육녹색환경연구원 기조실장은 “미세먼지가 많으면 실내 활동 위주로 체육 수업을 바꿔야 하는데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고등학교는 교과교실제를 도입하고, 유치원은 공공시설을 통해 운영의 다양성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청년 창업 공간이나 청소년이 쉴 수 있는 공간 등도 학교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성철 한국교육개발원 본부장은 공간혁신을 할 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학교장 의지 △교육과정 재구조화 △학생 참여라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2015교육과정과 연계해 교육과정 반영하려면 어떤 공간이 필요한가를 담아내야 한다”면서 “교육개발원이 공간 혁신 메뉴얼을 제작 중”이라고 말했다.
도시계획 단계에서부터 학교 설계를 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교육부는 학교가 신도시에 세워질 때 입지가 좋지 않은 곳에 배정되는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부처 간 협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미래교육에 대응하는 학교 공간 혁신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와 각계 전문가들이 17일 심포지엄을 열고 토론을 하고 있다.
미래교육에 대응하는 학교 공간 혁신에 대해 유은혜 부총리와 각계 전문가들이 17일 심포지엄을 열고 토론을 하고 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