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97>애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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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융권에서 주목하는 단어 중 하나가 애자일(Agile)입니다. '민첩한'이란 사전적 정의보단 2000년대 초부터 '유연한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으로 알려졌습니다. IT기업에서는 속도가 생명이기에 실무 중심으로 빠르게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실리콘밸리 기업 중심으로 애자일 방식을 적용했고 지금은 국내 여러 기업도 애자일을 주요 화두로 내걸고 있습니다. 애자일이 어떤 개념이고 어떻게 금융권을 바꿔나갈지 알아보겠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Q: 애자일이 무엇인가요.

A: 빠르고 유연하게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체계입니다. 부서 간 장벽이 없이 실무 중심으로 논의합니다. 그간 기업에서는 프로젝트를 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아래로 지시하고 아래에서 다시 위로 보고하곤 했습니다. 부서마다 자신이 맡은 업무만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성과를 내기까지 많은 시간과 돈이 들었습니다.

애자일은 2000년대 초 소프트웨어 업계에서 등장한 개념입니다.

1990년대까지는 여러 개발자가 프로세스에 따라 오랜 기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워터폴(Waterfall)' 방식을 따랐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소규모 프로젝트가 속속 나오자 이런 방식은 오히려 방해가 됐습니다. 이에 2001년 소프트웨어 개발자 17명이 모여 '애자일 연합'을 결성, 기존 프로세스에 구애받지 않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시간 안에 이뤄내기로 했습니다.

기존 패러다임이 '명령과 통제'에 토대를 뒀다면 애자일은 '신뢰와 자율'에 기반합니다. 과거 최소 1년은 고정된 부서에서 업무를 수행했다면, 애자일 체계에서는 프로젝트에 따라 조직이 수시로 생겼다 없어질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 실무진행자에게 의사결정권이 있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대표 사례로는 구글과 아마존을 들 수 있습니다. 구글은 개발자 소수로 작은 조직을 구성하고 3개월 단위로 프로젝트를 수정했습니다. 아마존은 신규 사업 아이디어가 있을 시 전담 임원을 두고 독립 사업조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Q: 금융권에서 왜 애자일을 적용하나요?

A: 금융권에서도 '디지털'이 생존 화두가 됐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전문은행과 핀테크 업체들이 빠른 의사결정으로 결과물을 속속 내놓자 은행, 증권사 등도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했습니다. 실제로 2017년 출범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1년 만에 각각 709만명, 80만명 고객을 확보했습니다. 규모 면에선 시중은행과 격차가 크지만 독특한 상품을 선보이며 2030세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일률화된 보고 체계와 각종 회의 등으로 개발 적기를 놓치는 때가 허다했습니다. 핀테크 업체와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협업하는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를 겪었습니다. 이를 바꿔야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신속한 대응력이 필요하다는 경각심도 갖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부터 시중은행을 시작으로 금융권에서도 애자일 조직을 본격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Q: 구체적인 사례를 알고 싶어요

A: KB금융그룹은 2017년 애자일 조직을 도입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애자일 체계를 개인고객그룹, 디지털금융그룹, 전략본부에서 중소기업고객그룹, 글로벌사업본부까지 확대하기도 했습니다.

계열사 KB국민카드도 '스웨그(SWAG)'란 명칭의 애자일 조직을 두고 있습니다. KB증권은 WM총괄본부 산하에 애자일 조직 '마블랜드트라이브(M-able Land Tribe)'를 운영합니다.

KEB하나은행은 애자일과 유사한 셀 조직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미래금융사업본부 아래 5개 셀이 있으며, 각 셀 부문장에게는 수행 프로젝트에 한해 부서장에 준하는 책임과 권한을 부여합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디지털금융 부문 전문성을 강화하고자 스쿼드 조직 '디자인 벙커'를 가동했습니다. 우리은행 디지털금융그룹 직원과 전산 자회사 우리FIS, 마이크로소프트(MS)와 IBM, LG CNS, 삼성SDS 등 ICT 업체 직원이 한 팀을 구성한 점이 특징입니다.

신한은행은 디지털그룹 내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총 7개 랩 조직을 신설했습니다.

NH농협은행은 디지털R&D센터에 애지일을 도입합니다.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등 최신 기술을 연구하는 조직인 만큼 보다 유연한 진행 방식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카드도 지난해 초부터 '플렉스 타임'제를 도입하고 애자일 오피스를 구축했습니다.

저축은행과 보험업계에서도 분주합니다. 웰컴저축은행은 소프트웨어 개발회사가 주로 사용하는 스프린트에 기반을 뒀습니다. 스프린트는 1~4주 짧게 프로젝트를 생성·완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KB저축은행은 애자일과 유사한 긱 조직을 도입했습니다. 긱은 재즈 공연의 한 형태로, 필요한 인력을 현장에서 바로 섭외해 연주하고 공연이 끝나면 해산하는 방식입니다. 인사이동 없이 다수 인원이 참여할 수 있고 비상근으로도 구성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애자일보다 좀 더 유연합니다.

오렌지라이프는 보험업계에서 최초로 애자일을 적용했습니다. 영업, 마케팅, 상품기획, IT 등 각 부서에서 직원 9명을 모아 소그룹 '스쿼드(분대)' 18개를 꾸렸습니다. 이후 신상품 준비 기간이 2개월에서 3~4주까지 단축되고 보험계약 유지율이 개선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관련 도서>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97>애자일

◇'애자일 & 스크럼 프로젝트 관리' 이재왕 지음. 길벗 펴냄.

국내 프로젝트 상황에 맞는 애자일 적용 방법을 제시한다. 애자일은 구성원 간의 상호작용과 소통, 고객과의 협력, 변화에 대응하는 것을 중시하는 가치와 철학을 말한다. 프로젝트 처음부터 애자일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진행하는 프로젝트에도 도입할 수 있다. 애자일은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애자일과 전통적인 프로젝트 관리의 균형점을 제시하고 조율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597>애자일

◇'애자일 회고' 에스더 더비, 다이애나 라센 지음. 인사이트 펴냄.

'회고'는 이터레이션이나 프로젝트 말미, 혹은 프로젝트 중간 목표를 달성한 후 팀원이 그간의 행적을 돌이켜보고 문제점을 밝혀낸 뒤,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고 그 다음 업무에 적용하기 위한 모임이다. 이 책은 이런 모임의 필요성을 일깨워주고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모르는 이에게 실천 방안을 제시해준다. 모든 팀 리더 혹은 회의 진행자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 한국교육학술정보원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