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석연찮은 기재부의 반도체 간담회

기획재정부가 주최한 반도체 간담회 개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많다. 통상적인 전문가 간담회라고 일축했지만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기재부는 18일 이호승 1차관 주재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업계 관계자를 초정해 간담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하며 단지 “시장상황 등을 파악하기 위한 일반 간담회”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올해 반도체 경기가 심상치 않다는 우려가 나오는 데다 산업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아닌 기재부가 직접 업계 관계자를 만나기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기재부가 직접 해당 관계자를 만난 데는 그만큼 반도체 경기가 우리 경제에 주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줄곧 호황을 유지하던 반도체 수요가 지난해 말부터 삐걱거린다는 통계가 속속 나왔다. 관세청이 11일 발표한 이달 1일에서 10일까지 수출 실적을 보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7.5%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27%나 급감했다. 반도체는 지난해 사상 첫 6000억달러를 돌파한 수출 대표 품목이다. 만약 올해 반도체 경기가 하락한다면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기재부는 같은 날 발표한 1월 경제동향에서 반도체 업황 불확실성이 제기된다며 처음으로 반도체를 종합평가에 거론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취임 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사업장을 방문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단순한 시장이나 산업계 동향 파악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업은 기업에 맡겨야 하겠지만 시장이 아닌 대외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면 정부도 두 팔을 걷어 붙여야 한다. 산업에 영향을 미칠 대표 변수가 바로 미국과 중국 무역 갈등이다. 미중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산업과 시장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는 방안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지금은 한가하게 정부가 기업 의견을 듣고 시장이나 점검하며 상황 파악할 시점이 아니다. 기업과 함께 공동으로 반도체 난국을 헤쳐갈 수 있는 해법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