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한겨울에 열리는 에어컨 대전…수요 분산·시장 조사 때문

서울 강서 LG베스트샵 에어컨 매장에 진열된 제품.<전자신문DB>
서울 강서 LG베스트샵 에어컨 매장에 진열된 제품.<전자신문DB>

가전업계는 1월에 집중적으로 에어컨 신제품을 발표한다. 한겨울인 1월이 신제품이 공개되는 시기다. 여름이 아닌 겨울에 에어컨 출시가 몰리는 데에는 제조사 전략이 숨어있다. 제품 수요를 비수기로 분산하고 소비자 반응을 조기에 파악하기 위해서다.

업계의 이 같은 전례는 올해에도 동일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캐리어에어컨이 1월 초부터 집중적으로 에어컨 신제품을 쏟아냈다. 대유위니아도 25일 신제품을 공개한다. 성수기인 여름까지는 반년 남짓 시간이 남았지만 일찌감치 판매를 시작했다. 에어컨 대전이 한겨울부터 열렸다.

역시즌에 에어컨 신제품이 공개되는 첫 번째 이유는 수요 분산 때문이다. 가전업계는 에어컨 상시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 집중적으로 생산량이 몰리는 것은 제조사로서도 부담이다. 치솟는 수요를 맞추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몇 년간 한여름 에어컨 물량 부족과 에어컨 설치 대란이 발생하면서 업계에서는 수요 분산 중요성이 더 높아졌다. 제때 제품이 소비자에 전달되지 못하면 브랜드 이미지 타격과 판매 부진으로 이어진다. 수요가 빠지는 역시즌일수록 과감한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판매 전략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신제품 소비자 반응을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연초에 제품 출시가 몰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1월 예약판매 비중은 제조사 전체 판매량을 고려하면 크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연초 예약판매 비중은 10%가량”이라고 전했다. 제조사는 한 해 에어컨 사업계획과 생산 일정, 제품 상품성을 보완하는 기회로 삼는다.

에어컨 1월 출시에 대해 가전업계 고위 관계자는 “수요 분산 측면도 분명 있다. 생산일정과 판매 분포가 분산돼야 수요예측이나 제품조달에 용이하다”면서 “내부적으로 소비자 반응을 미리 파악하려는 성격도 강하다. 소비자 반응을 파악해 제품 기능을 일부 보정하거나 제품별 연간 생산계획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어컨 출시가 집중되면서 매년 1월이면 한 해 에어컨 트렌드를 가늠할 수 있다. 해마다 가전업계는 에어컨에 차별화 기능을 앞세워 소비 심리를 자극했다. 올해 공기청정기능과 함께 강조됐던 기능은 인공지능(AI)이다. AI가 사회 화두로 떠오르면서 업계는 2017년부터 에어컨에 AI 기능을 본격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