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CES 주인공은 삼성·LG인가, 구글·아마존일까

[데스크라인]CES 주인공은 삼성·LG인가, 구글·아마존일까

올해 초 글로벌 기술 경연장으로 주목받은 'CES 2019'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전시장에는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삼성전자는 8K QLED TV와 마이크로 LED를 전면에 내세웠고, 삼성봇이라는 로봇 제품군까지 선보였다. 가전에서 자동차 전장, 모바일 기기까지 모두 업계 최고 수준의 새로운 콘셉트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두루마리 TV'로 불리는 LG전자 롤러블 TV는 전시 기간 내내 최고 제품으로 꼽혔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강점을 살려 260여개 패널을 붙여 만든 LG 초대형 사이니지는 전시회에서 큰 볼거리가 됐다. 박일평 LG전자 최고기술경영자(CTO)는 기조연설을 맡아 전자산업 미래를 설명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에서 최근 수년간 주인공 자리를 지켜 왔다. 두 회사는 가장 화려한 부스에다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명실상부한 CES 대표 기업이다. 올해 전시회에는 일본 소니와 파나소닉이 신기술과 제품보다 콘텐츠 중심으로 전시하면서 우리 기업이 더 돋보였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도 예년에 비해서는 그다지 주목할 만한 제품을 선보이지 않았다.

하드웨어(HW) 신제품에서 삼성과 LG가 올해 CES 최강이었다는 데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데스크라인]CES 주인공은 삼성·LG인가, 구글·아마존일까

그러나 방향을 조금만 틀어 보자. 구글과 아마존은 인공지능(AI) 솔루션을 내세워 CES의 또 다른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삼성과 LG처럼 화려한 디바이스 전시물은 없다. 참가 1, 2년차에 불과한 기업은 전시장 메인홀에 자리 잡지 못하고 외곽 주차장을 차용, 부스를 꾸몄다.

그래도 존재감은 확실했다. 대부분 전자·자동차 주요 기업 부스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와 아마존 알렉사가 등장한다. 이들의 데이터 기반 소프트파워가 여러 HW 제조사 기기를 구동 및 업그레이드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는 FANG(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에 이어 MAGA(MS, 아마존, 구글, 애플)가 주목받고 있다. 전통 관점에서 세계를 주도해 온 HW 업체가 아니다.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무장한 소프트웨어(SW) 기반 기업이다. 가장 큰 특징은 독립된 제품으로 시장을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업계와 손잡고 특유의 확장성으로 관련 생태계를 주도한다는 점이다.

삼성도 운용체계(OS) 타이젠과 AI 플랫폼 빅스비를 내세워 자신만의 소프트파워 주도권을 노렸다. 그러나 아직까지 기대만큼 위세는 떨치지 못했다. LG는 아예 오픈 이노베이션을 내세웠다. 자체 플랫폼보다는 기존 SW 강자 생태계에 최적 기기를 내놓는 전략이다.

[데스크라인]CES 주인공은 삼성·LG인가, 구글·아마존일까

최고 HW 경쟁력을 일부러 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조립형 세트 산업 강점을 꾸준히 이어 가고 미래 산업 중심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소프트파워 보강이 시급해 보인다.

CES에서 보여 준 삼성과 LG 전시물과 성과는 자랑스럽다. 그러나 만족만 하기에는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든다. 데이터와 소프트파워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의 변화무쌍함에 앞으로 우리 대한민국 대표 기업이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CES 진짜 주인공은 삼성·LG인가 구글·아마존일까.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