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플랫폼보다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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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플랫폼보다는 사람

어머니는 만날 그랬다. “도대체 누굴 닮아서 그러냐.” 내 속은 이랬다. '엄마가 더 잘 알 텐데.' 거의 30년 동안이나 '타고난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최근 소셜디스커버리 애플리케이션(앱) 틴더의 엘리 사이드먼 대표가 내한하면서 내 오랜 생각에 물음표를 달았다. 타고난 한계가 문제인지 사용하는 사람이 문제인지.

사이드먼 대표는 틴더의 성폭력·성매매 악용 가능성에 대해 “결국 현실에서 만나기 때문에 바에 갔을 때처럼 각자 주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플랫폼 자체가 무관용 정책에 입각해 모니터링을 하지만 결국 사람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하느냐에 따라 현상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데이팅 앱 플랫폼은 정체성이 확고하다. 이성을 만나고 싶을 때 이용한다. 순수하게 좋은 사람을 만나 연애하고 싶은 사람도 있겠지만 육체관계만을 위해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성과 관련한 불쾌한 대화가 오간다거나 성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욕망이 들끓는 용광로가 한데 모이는 곳이니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틴더는 정체성을 데이팅이 아니라 디스커버리(발견)로 잡았다. 친구 찾기 서비스로 학교나 직장, 소규모 네트워크 외에 새로운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의미다. 동네 친구나 여행지에서 만나는 친구가 있겠다.

사실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말장난이다. 그럼에도 플랫폼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한계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는 문제가 발생하면 플랫폼에서 원인을 찾으려 한다. 게임 장애·중독을 사람이 아니라 게임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이해하거나 재미없는 게임이 망한 것을 인식, 규제·수준 탓으로 돌리려 한다. 원인이 인간 판단과 행동에 있음을 자꾸 잊는다.

이렇게 데이팅 앱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좀 사라진 후 틴더를 깔아 봤다. e스포츠 불법 도박, 중국 대포폰 발 게임 계정 구매, 웹보드 골드방 등의 취재에 쓰인 내 번호는 이미 공공재다. 모르는 사람에게서 오는 것 가운데 높은 확률을 차지하는 건 스팸문자·전화다. 그런 나에게 동네의 모르는 사람과 공통 관심사로 대화를 나누고 앞으로의 만남을 약속한 건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역시 사람이 어떤 의도로 행동하느냐가 중요한가 보다.

아, 사진을 심사해서 가입하는 그 데이팅 앱의 회원 자격은 받지 못했다. 타고난 얼굴만은 어쩔 수 없었다.

이현수기자 hsoo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