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ICT 지속성장 잠재력 확충··· “3조2000억원 투자”

[이슈분석] ICT 지속성장 잠재력 확충··· “3조2000억원 투자”

정부가 30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고도화를 목표로 3조2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건 화려한 겉모습과 다르게 특정 산업 편중, 성장률 둔화 등 내부 위기를 감지했기 때문이다.

ICT 산업 체질을 근본 개선하지 않으면 당면 위기 극복이 어려운 것은 물론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도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이 활약할 '판'을 깔아 '포스트 반도체' 시대를 대비하겠다는 복안이다.

◇배경은

우리나라 ICT 산업은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다. 지난해 수출 2000억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ICT 산업 수출액은 1624억달러(2016년)→1975억달러(2017년)→2203억달러(2018년)로 꾸준히 성장했다.

하지만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된다. ICT 수출 증감률은 지난해 11월 1.7% 감소했고 12월에는 감소폭이 10%에 달했다. 반도체(-9.2%), 휴대폰(-34.7%) 등 특정 산업 의존 위험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ICT 기업 수는 2013년 2만9000여개에서 2016년 3만3000여개로 늘었지만 ICT 생산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31%, 2017년 29%, 2018년 29%로 변동이 없다. 대기업 편중 현상이 개선되지 않은 탓이다.

하드웨어 중심 산업구조는 ICT 산업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린다. 글로벌 반도체·휴대폰 경기가 좋을 때는 국내 ICT 산업도 성장하지만 경기가 나쁠 때는 침체에 빠진다. 소프트웨어(SW)·서비스가 ICT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76.1%, 일본 67.4%에 이르지만 우리나라는 29.9%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 기술 경쟁력 부족도 ICT 산업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 '지능형 기반산업' 경쟁력이 취약하고 규제장벽에 막혀 융합산업이 등장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중소·벤처기업이 성장할 토대를 마련하고 SW·서비스·융합산업 등으로 ICT 산업구조를 다변화하기로 했다. 올해만 예산 2조원과 최대 1조2000억원 펀드를 투입한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고용 10% 성장(112만명), 수출 20% 성장(2643억달러), 고성장기업 30% 성장(500개)을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ICT 체질 바꾸고 신시장 창출

ICT 산업 체질 개선을 위해 SW 경쟁력을 제고한다. 지나친 하드웨어 편식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노베이션 아카데미' 등 SW 중심 인력양성사업 투자를 올해 2357억원으로 늘린다. 전년 대비 40% 증가한 금액이다. 프랑스 '에꼴42'처럼 비학위과정으로 운영하며 팀프로젝트 중심 문제해결능력 배양에 중점을 둔다.

'SW 고성장 클럽 200'을 선정해 지원한다. 올해 60개 기업을 선정하고 85억원을 배정했다. SW 가치보장 생태계도 조성한다. 과도한 과업변경을 막기 위한 '과업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한편 공공SW사업을 수주한 기업이 해당 산출물 지식재산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만든다.

하드웨어 산업은 혁신을 가속화한다. 차세대 기술 확보를 위해 지능형 반도체 1조5000억원, 6세대(6G) 이동통신 9000억원 등 대형 연구개발(R&D) 과제 예비타당성조사를 추진한다.

3월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계기로 장비, 단말 등 전후방산업 동반 발전을 촉진한다. 스몰셀·중계기·모뎀·안테나 등 중소기업 유망분야 기술개발에 연간 55억원을 지원한다. 기술개발 지원, 구매 등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도 추진한다. 단말 아이디어 구현을 위한 바우처를 지원하고 5G 단말 국제공인 시험인증기관 지정을 추진한다. 유럽 글로벌인증포럼(GCF), 북미 PTCRB 같은 국제공인 인증시험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진다.

◇시장 활력 높인다

ICT시장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도 강화했다. 망 중립성 원칙 검토가 대표적이다. 과기정통부는 기존 망 중립성 기조는 유지하되 5G 기술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방향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망 중립성 개념과 충돌가능성이 있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을 어떻게 조화시키느냐가 관건이다. IoT 활성화에 대비해 번호자원 확보를 추진한다. 올해 315억원을 투입해 5G 연계 신규서비스를 발굴한다.

TV나 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 웹, 모바일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서비스할 수 있도록 제작하는 '크로스미디어' 제작지원에 313억원을 지원한다.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 제정 등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 간 공정경쟁 환경 조성을 위한 노력도 지속한다. 종합유선·위성방송 허가절차, 심사기준 등 규제개선 방안을 연내 마련한다.

ICT 융합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개선한다. 6월 사물인터넷(IoT) 융합제품 등록제를 신고제로 완화하고 규제 샌드박스 적용대상을 확대하는 등 진입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연말 발표한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과 연계한 빅데이터 플랫폼, 제조특화지역 가상·증강현실 제작거점 등을 통해 제조혁신을 지원한다.

전 산업 분야에 인공지능을 접목하는 'AI+X' 정책을 추진한다. 스마트공장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5G 기반 협업로봇 기술 실증, IoT 신서비스 검증 지원, 온·오프라인 연계서비스(O2O) 가이드라인 개발 등도 추진 과제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