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소비효율등급과 가정 에너지절약

[에너지포럼]소비효율등급과 가정 에너지절약

지난해 서울시 1~2인 가구 수가 54.7%로 절반을 넘어섰다. 이러한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거 문화 변화에 따라 에너지 사용 실태 또한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 1~2인 가구가 크게 증가함에 따라 가구당 에너지 소비량은 감소 추세에 있다

그러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건축물 에너지소비효율, 주요 가전기기 에너지소비효율 관련 제도가 강화됐음에도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가정과 기기 분야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를 위해 전 세계 각국이 다양한 효율관리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효율 높은 제품 구매 시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등 고효율 제품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 온난화 방안 가운데 에너지 효율 향상이 가장 높은 경제성을 보이며, 가장 큰 방안(효율 향상 39%, 재생에너지 32%)으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제시한다.

국내 효율관리제도는 어떨까.

국내 에너지효율제도를 대표하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표시 제도는 에너지소비효율 등급표시, 최저효율기준, 목표소비효율기준 등으로 구성됐다. 제품의 에너지소비효율 또는 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1~5등급으로 구분해 표시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가 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손쉽게 판단해 구매할 수 있도록 한다. 이와 함께 최저 소비 효율 기준에 미달하는 제품의 생산·판매를 금지, 생산(수입) 단계에서부터 에너지 절약형 제품을 생산·판매하도록 유도한다. 1등급 제품을 사용할 경우 5등급에 비해 에너지를 30~40% 절감한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부터 에너지소비효율 등급표시 제도를 강력히 추진한 결과 주요 가전제품 가운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등 에너지소비효율은 세계 최고 수준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에너지 효율 기기의 기술 혁신과 스마트슈머(스마트와 컨슈머 합성어로, 똑똑한 소비자를 일컬음) 출현으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융합된 기기와 소비자가 양방향 통신을 하면서 에너지 합리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과거의 효율 기준이 소비자의 실제 행동 패턴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일부 품목에서 실제 체감하는 에너지 소비량과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부터 주요 가전기기 가운데 TV, 에어컨, 냉장고에 대해 소비자의 실사용 패턴을 반영한 효율 현실화 기준 마련에 착수했다. 앞으로 5년 동안 전기냉난방기, 김치냉장고, 세탁기 등 가정에서 많이 사용되는 가전기기에 대해 실생활에 부합하는 새로운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문제는 우리가 에너지를 대하는 생활 태도다. 아직도 일부 소비자는 1등급 제품이면 무조건 에너지를 적게 소비한다고 생각해서 과잉 냉난방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날아든 전기요금 고지서를 확인하고서야 전기요금 폭탄을 맞았다는 항의가 빗발친 사례가 있다.

지난해 기록을 세운 폭염 영향으로 전력사용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다단계 누진제인 전기요금이 화두가 된 바 있다. 정부는 누진제를 일시 완화하기도 했지만 이를 계기로 효율 높은 에너지전환정책 실현을 위해서는 전기요금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5% 이상을 수입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 향상은 국가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새로운 신기술과 스마트한 소비 환경이 갖춰져도 절약 의식, 즉 실천이 없으면 에너지 절약은 요원하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에너지전환정책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지만 무한정 소비하는 에너지 수요에 대응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기술이 발달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기기가 점점 똑똑해진다 하더라도 기기는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에 불과하며, 우리가 에너지를 소중하게 다루고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은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도 변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다. 이와 함께 최근 정부가 수립하고 있는 국가에너지효율혁신전략(KIEE)이 이러한 가치와 조화돼 국가 전체 에너지 수요를 대폭 줄이기를 기대한다.

김인수 가천대 교수 kis0103@gach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