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레드오션에 IT가 미치는 여파

“그동안 중고차는 대면 영업 채널 없이는 영업이 불가능한 시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정보기술(IT)이 접목되면서 전통 금융사는 물론 핀테크 업체에도 퍼플오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최근 만난 핀테크 업체 대표의 말이다. 대표 레드오션 시장의 하나로 꼽히던 중고차 시장이 가장 뜨거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퍼플오션 기대감이다. 퍼플오션은 새로운 시장을 뜻한다. 기존의 레드오션이 발상 전환을 통해 새로운 도전자가 참여할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 블루오션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 중고차 시장에는 전통 지배자로 군림해 온 캐피털사 외에도 핀테크 업체 등 새로운 도전자가 대거 몰리고 있다. 광범위한 딜러를 보유한 대면 채널 없이는 경쟁이 불가능하던 중고차 시장에 IT가 접목되면서 새로운 격전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전통 중고차 시장의 강자를 위협하는 경쟁자도 나왔다. KB캐피탈이다. KB캐피탈은 2014년 중고차 금융 자산이 8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최근 급성장하면서 업계 1위인 현대캐피탈까지 위협하고 있다.

IT가 주도하는 시장 변화는 다른 금융업에서도 나타난다. 대표 레드오션인 자동차 보험이다. 자동차 보험은 이른바 '대형사'라고 일컬어지는 일부 보험사의 전유물이 된 지 오래 됐다. 4개 대형 보험사가 전체 시장을 절반 넘게 점유해 온 것이다. 그러나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IT를 보험 산업에 접목시킨 국내 첫 '인슈어테크' 보험사가 탄생했다.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 이업종이 함께 만드는 온라인 전업 보험사 '인핏손해보험'(가칭)이다. 이 회사는 고객의 주행 거리, 운전 습관 등을 빅데이터로 분석해 실제 운행한 만큼 보험료를 납부하는 새로운 보험 트렌드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레드오션은 더 이상 진입 불가능한 시장이 아니게 됐다. 전통 강자 역시 사라지고 있다는 의미다. 언제든 시장을 흔들 경쟁자의 출현도 가능하다. 이처럼 IT는 산업 생태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다른 산업도 참고할 만하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