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고졸만세'

현수 수원정보과학고 교장
현수 수원정보과학고 교장

최근 한 방송국 프로그램에서 장래 직업이 농부인 농기계 신동 '지훈이'의 삶을 방영했다. 올해 14살 아이가 농기계만이 아닌 농사 전반과 유통까지 경험하면서 성장해 가는 모습은 진로직업 교육 모델로 느껴졌다. 이론 공부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 그러나 자기가 원하는 분야를 체험으로 배우는 공부에 최고인 지훈이가 행복해 하면서 그 길을 갈 수 있기를 기원한다.

중등 단계의 현장 실습은 말 그대로 현장에서 실질 경험을 통해 직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이에 따라서 진정한 현장 실습은 직무를 경험하는 과정에서 학습이 발생한다. 많은 선배가 현장실습 제도를 통해 각 산업 현장에서 배움과 일을 병행했다. 이를 통해 조기 취업 기회 및 현장 실습과 연계한 취업이 이뤄질 수 있었고, 그러한 선배가 기업의 대표·기술전수자·창업가로 성장했다. 생각해 보면 지훈이도 현장 체험 실습을 통한 배움에 의해 지금의 농기계 신동으로 성장했다고 할 수 있다.

2016년 입직연령현황(통계청)에서 우리나라는 23.6세로 OECD평균 20.1세보다 3.5세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4차 산업혁명사회 적응력은 우리나라가 41.5로 25위로, 1위 스위스 3.4, 싱가포르4.9에 비해 대단히 떨어진 것으로 나왔다. 대학 졸업시 50%가 실업자가 되는 현실과 함께, 교육 전반에서 변화와 연계한 중등단계의 능력중심 직업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자료라고 생각한다.

조기 취업이 금지된 학습형 현장실습 제도로 많은 아이에게 박탈한 취업 기회가 다시 마련됐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면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과 현장실습 제도 보완책을 발표, 학생과 학부모·교사 모두 기대가 크다. 지속해서 피부에 와 닿도록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보완책이 보완책으로 끝나지 않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제안한다.

첫 번째 고졸성공 시대를 위한 국민 공감대 형성에 모두가 함께하자. 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만족한 세상을 만들어 보자. 이번에 발표한 고졸 취업 활성화 방안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51% 고졸취업률을 달성한 그동안의 결과에 더해 이를 실현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

두 번째 2019년부터 현장실습 교과 또는 학기 운영을 위해 바로 시행할 수 있는 지침, 보건·해양 교과 등 자격증과 연계된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중앙과 지방정부, 기업체, 학교가 연계된 취업 관련 부서 거버넌스 구축 및 실질 지원 체제 구축 및 운영도 절실하다. 특히 교사들이 수업하면서 학생 취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취업 지원 인력 확충과 취업 관련 부서 교원 증원이 꼭 필요하다.

세 번째 우수한 기업이 채용을 확대하고, 안전한 현장실습 산업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네 번째 시·도 교육청과 학교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시·도 교육청에서 진로직업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조직 확대와 더불어 정책 개발과 지원을 해야 한다.

학교 내에서도 다양한 능력계층의 학생들을 위해 자신들이 원하는 분야에서 전문능력을 향상하도록 역량을 키워주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 교사자신이 아는 것만이 아닌 미래사회에 필요한, 스스로 좋아하는 분야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배움과 성장이 있도록 하자.

다섯 번째 학교와 산업체가 참여한 연구를 통해 지속 발전이 가능한 현장실습 정책이 마련됐으면 한다. 여섯 번째 99% 중소기업을 고려한, 실질적이고 획기적인 현장실습 지원도 함께 이뤄졌으면 한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기업이 스스로 창출하는 일자리가 감소되고 있는 것이다. 100년 기업을 추구해야 하는 시기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서 해외로 이전하고, 글로벌 경쟁력 추락으로 기업이 규모를 축소하는 사태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

산업 재해는 중등 직업교육의 현장 실습만이 아닌 국가 전체 산업 재해와 함께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다고 본다. 대한민국에서 현장 실습하는 학생을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에 모두가 노력하자.

결국 이 모든 것은 각자 충실한 역할과 더불어 신설 예정인 중앙취업지원센터 역할로 발전이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각자가 맡는 분야에서 어떻게 지속해서 해내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교육부와 고용노동부를 포함한 정부를 비롯해 시·도 교육청, 지방자치단체와 기업체, 학교, 유관기관 등이 함께 힘을 모아 '고졸만세'(고등학교만 졸업해도 만족한 세상 만들기)로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자.

현수 수원정보과학고 교장 hs7888@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