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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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뭔가요?”

“예전에 당신 몸매는 36-24-36이었는데 지금은 48-40-48이 됐지? 당신의 모든 것이 전보다 커졌는데 당신 가치는 떨어졌어. 그게 바로 인플레이션이야.”

최근 한 블록체인 협회에서 운영하는 카카오톡 방에 '경제학과 인문학'이란 제목으로 올라온 글이다. 그것도 협회장이 300여명이 있는 공동 카톡방에 여성을 비하하는 글을 스스럼 없이 실었다.

언뜻 보면 유머 공유 차원으로 볼 수 있겠지만 블록체인 협회의 수준을 가늠케 하는 낯 뜨거운 장면이다. 그 외에 성적인 유머를 다수 올렸고, 일부 회원사는 맞장구를 치는 글이 오갔다. 결국 공동 카톡방에 있던 여기자 등 많은 사람이 이를 문제 삼자 협회장은 공식 사과했다.

정부가 암호화폐 규제 등을 지속하면서 블록체인 협회나 단체가 난립하고 있다. 객관적인 정보 전달보다는 협회라는 '완장'을 차고 시장을 왜곡,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는 '적폐'로 비친다.

예로 든 카카오톡 내용만 보더라도 블록체인 시장을 대표하는 단체가 설마 수준 미달의 글을 올렸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일부 협회는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표출하거나 잘못된 점을 지적하면 블록체인 비전문가 또는 비상식적인 사람으로 여론몰이해 공격한다. 여론을 왜곡하고 조장하는 일도 서슴없이 자행한다. 스스로가 그렇게 비쳐짐을 과연 아는지 되묻고 싶다.

완장질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정치권을 끌어들여 엄청난 큰 혁신을 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고, 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한다. 이후 뚜껑을 열어 보면 전시성 홍보에 불과하고, 블록체인 산업 전문 협회라는 타이틀을 악용해 정치권과 언론을 끌어들여 콘퍼런스 티켓 장사까지 일삼는다.

정부는 이제라도 왜곡된 정보를 전달하고, 자격 미달 협회나 단체를 시장에서 걸러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또 하나의 이기주의 집단이 마치 유관 시장을 대표하는 것처럼 왜곡된 정보를 확산시킬 것이다.

16세기 영국 금융가 토머스 그레셤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 법칙을 제창했다. 시장에 좋은 품질의 화폐와 나쁜 품질의 화폐가 동시에 존재할 때 품질이 떨어지는 화폐만 남고 좋은 화폐는 사라진다는 것이다.

한국 블록체인 산업 선진화를 위해서는 자격이 안 되는 협회·단체의 시장 퇴출도 필요하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