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기존 산업과 신사업 충돌...정부 결단이 중요

[데스크라인]기존 산업과 신사업 충돌...정부 결단이 중요

최근 택시업계가 카카오 카풀을 중단시킨 데 이어 승차공유 플랫폼 '타다'와 마찰을 빚었다. 법정 공방까지 언급됐지만 타다를 운영하는 VCNC가 택시 업계와 공유 모델 '타다 프리미엄'을 제시하며 타협안을 내놓은 상태다.

논란은 신기술로 무장한 새 서비스가 기존 사업자의 영역을 빼앗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작됐다. 새 사업자는 효용성과 실제 이용자의 편의를 강조한다. 기존 사업자는 새 사업을 열 경우 존립 자체가 어렵다며 맞선다.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 양측은 모두 각자의 논리와 입장이 있다.

택시, 차량공유 서비스 간에 겪는 문제와 유사한 흐름은 이미 여러 곳에서 관측된다. 원격진료는 수년째 결론을 못 내리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신기술과 기존 의료 업계의 충돌이다. 우리나라는 최고 수준의 통신망과 정보기술(IT)을 갖추고도 논란만 반복하는 사이에 해외에선 원격진료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 출장을 가 본 사람이라면 우버가 택시보다 훨씬 편리하다고 입을 모은다. 외국어에 익숙하지 않아도 노선을 정확히 고지할 수 있고, 요금도 확정돼 있어 '바가지'를 쓸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도시에선 택시 승강장만큼이나 많은 우버 승차장이 마련돼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우버 서비스는 아직도 제한적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선 신기술이 정착하지 못하고 해외 경쟁국보다 도입에 뒤처지는 일이 적지 않다. ICT 강국으로 꼽히고 4차 산업혁명을 어느 나라보다 강조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말이다.

신산업이 정착하는 데는 저항이 따른다. 특히 기존 사업자와 충돌하게 되는 경우 대립각은 더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과거 사례를 보자. 자동차가 도입될 무렵 영국에선 마차 사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로 자동차 활용에 제한을 가했다. 영국은 자동차를 처음으로 만든 나라였지만 지금 유럽 자동차 절대강자는 영국이 아니라 독일이다. 신기술 도입 속도에 따라 향후 산업 경쟁력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해가 충돌하는 신산업을 잘 적용하고 확산시키는 데는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이해 관계자 간 불협화음을 조율할 주체로는 사실상 정부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최근 택시업계와 자동차 기반의 새로운 서비스가 충돌하는 과정에서 정부 대응은 아쉽다. '두 업계가 협의해서 절충안을 잘 마련하면 좋겠다'는 식이라면 조율 권한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신산업 도입은 다수결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시대와 산업 구조 변화를 읽고 어느 쪽이 옳은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피해가 예상되는 쪽에는 정부 차원의 업종 전환이나 인력 재배치 등으로 정부 역할을 하는 게 더 현명한 대처다.

정부 대응 속도도 방향성만큼이나 중요하다. 최근 기존 업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신산업은 자칫 시간을 끌면 해외 사업자에게 시장과 기회를 빼앗길 가능성이 크다. 해외에선 원격진료나 자동차 공유 관련 스타트업이 성장해서 사업 영역을 계속 넓히고 있는 사이 우리나라에선 의견 조율, 법체계를 갖춘다며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 유니콘 기업이 적다는 우려만 할 것이 아니다. 새로운 도전이 잘 적용되고 빠르게 시장에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결단 단계에서 속도를 내야 한다.

향후 택시와 카카오·타다가 대립하는 것과 유사한 일이 엄청나게 많아질 것이다. 지금 시급한 것은 정부가 빠른 판단을 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갖추는 일이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