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용 칼럼]반도체가 수상하다

[김상용 칼럼]반도체가 수상하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 버팀목이다. 문재인 정부 포용성장 버팀목이기도 하다.

반도체 수출이 2월말 현재 석 달째 고꾸라졌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8%나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67억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8% 감소했다. 재고는 11% 늘었다. 무역수지 악화를 의미한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다. 반도체는 2018년 전체 수출 6054억7000만달러에서 22.1%(1267억1000만달러)를 차지한다. 수입은 449억5000만달러에 불과하다. 반도체 무역수지 흑자만 817억6000만달러다. 전체 무역수지 흑자 704억9000만달러를 넘는다. 정보통신(ICT) 전체로 확대해서 보면 더 차이가 난다. ICT 수출액은 2204억달러이며 무역수지 흑자 1132억8000만 달러다. ICT가 우리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말은 이래서 나온다.

반도체 가격을 들여다보자. 2월 평균 8GB(기가바이트) D램 가격은 5.8달러다. 지난해 2월 9.3달러보다 37.6% 내렸다. 2월 평균 128GB 낸드플래시 가격은 5달러로 1년 전 6.7달러보다 25.4% 하락했다. 이유가 뭘까. 정보통신기업이 데이터센터(IDC) 투자를 줄인 데다 스마트폰, PC 수요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1분기, 4분기가 전통적 비수기였다고 자위하겠지만,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린다. 스마트폰과 PC 생산이 본격화하면서 계절적으로 반등하겠지만 성장세는 재작년, 작년과 판이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수출 감소는 반도체 수요처인 스마트폰과 PC수요 확대가 더 일어나지 않는 정체기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MWC에서 공개한 폴더블폰이나 듀얼폰은 아직 세상에 나오기 이르고 애플 등 다른 기업은 혁신을 기대하기조차 어렵다. PC 수요 증가나 데이터센터 확대도 요원하다. 보편화한 PC는 폭발력을 잃었고 데이터센터도 투자를 줄인다. 새로운 수요처를 찾지 못하면 반전시기를 확신할 수 없다.

세계반도체무역통계(WSTS)는 올해 반도체 시장규모를 4901억달러로 전년대비 2.6% 성장세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2017년 21.6%, 2018년 15.9%였다. 5G,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스마트가전, 사물인터넷은 시장을 키울 변수가 되지 못한다.

업계는 지난해부터 반도체 경착륙을 우려했다.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제 인상, 52시간 노동제 등에 빠진 정부는 이 같은 우려를 등한시했다. 청와대 정책실장은 고용 등 경제 상황에 대해 지난해 '연말이면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 했다. 이 말은 최근 경제부총리에 의해서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반복된다.

미안하지만 하반기도 별수 없다. 우리 산업 중 가장 좋은 반도체 시장이, 무역수지를 이끄는 IT업계가 하반기 경착륙에 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이 2.6% 성장한다는 예측은 사실상 올해 반도체가 성장동력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도체를 이용한 ICT산업이 성장동력이 될 수 없다는 경고문을 내포한다. 세상이 '혁신의 심장' 반도체를 구매하지 않는다는 것은 ICT 산업이 새로운 혁신 제품을 찾지 못했다는 것을 뜻한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 모른다. 삼성전자가 130조원을, SK하이닉스가 120조원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하는 마당에 무슨 불경기냐고. 이들 특징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이들은 역사적으로 불경기에 유독 '과감'했다. 불경기 때마다 투자했고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태생적 싸움꾼이다. 이들에게 올해나 내년 불경기는 무섭지 않다. 상대가 더 힘들 것이기에.

주필 김상용 sr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