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인공지능 전문 인재 양성의 첫걸음

[ET단상]인공지능 전문 인재 양성의 첫걸음

2016년 3월에 있었던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Deepmind Challenge Match)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알파고는 딥 러닝(Deep Learning)이라는 단어를 보편화시켰으며, 많은 기업가응 자신의 비니지스를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AI를 찾기 시작했고, 많은 학생들은 AI를 미래 전공으로 공부하기를 희망하기 시작했다.

최근 인공지능(AI) 연구는 기계 두뇌 핵심인 신경망, 즉 뇌 관련 기술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뇌 관련 기술은 의학, 철학, 공학 등 다양한 방향에서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러나 AI와 관련해서는 컴퓨터공학 접근이 주를 이룬다.

뇌공학은 뇌 정보 처리 메커니즘에 기반을 둔 지능 시스템 응용으로, 인간 뇌를 모방한 장치나 기계를 개발하는 실용 학문이다. 알파고와 같이 특정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단순 신경망 구조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은 학습을 위한 입·출력 패턴 생성, 에러를 최소화하기 위한 최적화 알고리즘,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한 검색 알고리즘 등을 추가하거나 신경망 구조와 같이 사용해서 최적의 결과를 얻기 위한 해법 모색을 연구한다. 이에 따라서 많은 선진국이 뇌공학 분야에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이 특정한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이다.

한국 AI 전문가에게 '우리나라의 뇌공학 수준'을 묻자 그는 “미국과 단순 비교해서 16~17년 차가 난다”고 답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부터 뇌과학 연구를 시작해서 1990년 후반부터 뇌공학 연구를 계속했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뇌공학 연구를 알파고 이후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도 1998년에 뇌연구촉진법이 제정됐고 1999년에 범부처 차원의 뇌연구촉진기본계획이 수립, 시행돼 KAIST 뇌과학연구센터와 국립의료원 뇌의약학 연구센터 중심으로 뇌 관련 연구가 진행됐다. 당시 선진국은 이미 뇌공학에 많은 투자를 했으며, 한국은 논문이 나오기 쉬운 뇌과학과 뇌의약학에 집중됐기 때문에 사회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렀다.

뇌공학은 수학·물리학·화학·생물학 등 기초과학 분야와 함께 의학, 공학, 인지과학, 인문학 등 다양한 학문 분야를 포함하는 융합 대표 학문이다. 뇌공학 연구를 하려면 학부에서 생물학·유전학·생명과학·생물공학·의학 등 학과를 전공하고 물리학, 바이오 엔지니어링학, 화학, 컴퓨터엔지니어링학 등을 부전공하는 등 복합 지식 획득을 위해 공부하면 도움이 될 것 같지만 우리나라 대학 교과 과정에서 이러한 공부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서 뇌과학자가 만든 알고리즘을 뇌공학자가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알고리즘을 적용해서 문제점을 분석하고, 그 분석된 자료를 바탕으로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끝없이 진행해야만 알파고 같은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즉 뇌 본질을 연구하는 뇌의학자와 뇌의 물리학·생물학·수학 모델을 연구하는 뇌과학자, 학습 기본 모델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뇌공학자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신경망과 AI는 발전하게 된다.

특히 알파고에서 보는 것과 같이 신경망 구조만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제에 맞는 다양한 알고리즘이 함께 설계돼야 하기 때문에 문제 해결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AI가 중요한 요소 기술로 적용되고 점차 지능화되는 장치나 기계 등에 활용하기 위해선 AI 또는 신경망 전문가 양성이 필요하다. 지난해 중국 텐센트가 발표한 '글로벌 AI 인재 백서'에 따르면 박사급 AI 전문가는 미국이 1만2027명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그 뒤를 이어 영국(2130명), 캐나다(1431명)순이었다. 우리나라는 180명으로 세계 10위에 그쳤다. 소프트웨어(SW)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0년까지 AI 인재가 9986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국내에서 AI를 배울 수 있는 컴퓨터 관련 학과 정원 부족이 더 큰 문제다.

2015년 시작된 소프트웨어(SW)중심대학은 '산업현장의 요구를 반영해 대학 SW교육을 혁신함으로써, 국가·기업·학생의 경쟁력을 높이고 SW 가치 확산을 선도하는 대학'으로, 올해 총 35개 대학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대학의 모든 학생에게 기초가 되는 SW 과목을 개설하고 산업계가 필요한 SW 인재 양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학부생 중심으로 진행된다.

앞으로 국가 간 첨단 분야의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특히 AI, 기술 간 융합 등 오랜 시간의 교육과 경험이 필요한 분야는 학부에서 대학원 과정까지 장기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대학원 사업 등은 단기 성과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만 좀 더 체계화된 장기 교육시스템을 마련해서 AI, 융합 분야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조용범 건국대 대외부총장(SW중심대학사업단장) ybcho@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