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5>마크 저커버그 '자본주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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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lt;5&gt;마크 저커버그 '자본주의 유산'

CEO 코드 마크 저커버그 '자본주의 유산'

스무 살, 이미 억만장자였다. 취업조차 고민한 적 없다.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갑부가 됐고, 세상은 그를 주목했다. 동네 치과의사집 아들 마크 저커버그 이야기다.

생각할수록 배가 아프다. 그를 부자로 만든 페이스북은 '아이러브 스쿨' 아류가 아니던가. 대한민국에도 숱한 저커버그가 있었다. 대학에서 창업 후 기보나 창업투자회사, 엔젤투자자, 정부과제를 따내려다가 3년차 '죽음의 계곡'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한 청년 기업가. 아이디어 좋은 청년 창업가라는 인터뷰 한두 줄 나온 채 사라지는 머리만 좋고 사회성 떨어지던 그런 인재.

CDMA, 엠피맨닷컴 MP3플레이어, 와이브로, 싸이월드는 두고두고 억울하다. 세계 최초를 선언하고 국력이 약해서 밀린 제품과 서비스다. 퀄컴이, 애플이, 그리고 페이스북이 '우리나라 저커버그'가 만든 아이디어로 최고 기업이 됐다. 국력 탓(?)이라 생각하니 부아가 치민다.

모임에서 기업인이 말을 꺼냈다. 젊은이 사이에서 저커버그는 영웅일지 몰라도 고생 없이 성공한 사람은 성공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성공은 눈물과 실패를 볼모로 하는 서사구조일 때 감동한다고. 그의 말대로라면 석세스 스토리에는 훼방꾼이 등장해야 한다. 부모도 반대해야 한다. 주변의 시기, 질투의 강을 건너 자금부족, 파산을 겪어야 한다. 그쯤 돼야 가슴과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성공은 악마의 손을 거친 면류관이다. '눈물 젖은 빵' '맨땅에 헤딩' '와신상담' '불알 두 쪽'이 나와야 한다. 정주영, 구인회, 마윈 같은 스토리다. 세상이 바뀌었다.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lt;5&gt;마크 저커버그 '자본주의 유산'

그들의 성공스토리는 19, 20세기 산업사회에서나 나올 이야기다. 지금은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굴욕과 고난을 겪어야만 성공한다는 신화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1984년생, 1990년대생, 2000년 밀레니엄 세대에게 '꼰대들의 무용담'으로 들린다. 그들에게 고난과 역경이라는 양념을 넣으라고 강요해서는 안 된다. 미국 자본주의는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 시스템은 역경을 딛고 성공하는 사람, 천재성과 집중력만으로 성공하는 사람 등을 다양하게 만들어낸다.

저커버그에게 페이스북은 하버드를 하나로 연결해보자는 기숙사 프로젝트였다. 하버드 커뮤니티를 온라인으로 엮어 자유롭게 소통한다는 '흥미로운' 과제였으며, 그것을 선택하고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기성세대에겐 생소한 디지털 네이티브 시대의 사업방식이다. 프로젝트 성공 후 그의 소감은 간단했다.

“하버드 커뮤니티를 연결해서 기쁘다. 언젠가 누군가는 세계를 연결시킬 것이다.”

그는 지구촌 사람이 서로 연결되면 좋겠다는 트렌드를 읽었다. '누군가'가 아닌 자신이 실현했고 협업했다. 이후는 일사천리였다. 미국식 자본주의는 저커버그 프로젝트에 자본을 태웠으며, 사업화했다. 자본주의 시스템과 천재 젊은이가 만들어낸 성공스토리다.

매일 아침 옷 고르는 '선택'조차 싫어하는 그가 2015년 엄청난 결정을 내렸다. 첫 딸 출산 소식 직후, 재산 99%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저커버그와 그의 아내가 가진 주식 가치는 52조원이었다. 서른두 살 때였다. 그가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가난을 겪고 성공한 자수성가형 벤처기업가 성공스토리보다 더 뜨겁다.

“우리가 사는 오늘의 세상보다 더 나은 세상에서 네가 자라기를 바란다.”

저커버거는 52조원 대신 '더 나은 세상'을 딸에게 유산으로 상속했다. 고생조차 해본 적 없는, 검소한 서른두 살의 위대한 자본주의 유산이다.

박선경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