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3차 에기본 성공, ICT에 달렸다

# 미세먼지가 연일 한반도를 뒤덮으면서 정부 에너지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미세먼지로 인한 불안은 탈원전 논쟁으로 다시 번지는 분위기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선 오히려 원전 가동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맞선다. 원전이 미세먼지 배출이나 온실가스 감축에 효율적이란 점에서다. 정부는 2040년까지 에너지 수요와 공급 목표를 제시하는 '3차 에너지기본계획' 확정안을 이달 내놓는다. 2040년이란 다소 먼 미래지만 에너지를 소비하고 공급하는 국가전략을 담는다는 차원에서 당장 현재 에너지 시장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 정부가 이달 내놓을 '3차 에기본'에 담겨질 내용을 지난해 발표한 워킹그룹 권고안과 4차례 토론회를 토대로 미리 점검했다.

“2040년 최종 에너지 소비 1억7600만톤(toe·석유환산톤), toe당 7만2000원,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5%~40%, 수송부문 미세먼지 배출량 2만 1000톤”

지난해 11월 3차 에기본 워킹그룹이 제시한 권고안 목표다. 세계적으로 석탄·원전 비중이 감소하고 천연가스·재생에너지가 증가하는 상황을 반영했다.

◇재생에너지 비중 최대 5.2배 증가

워킹그룹은 2040년 에너지 소비를 2017년 수준으로 전망했다. 이 가운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017년 7.6%대비 최소 3.2배에서 최대 5.2배까지 늘리자는 것이 권고안 목표치다.

에너지 분야는 2015년 기준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약 87%를 차지한다. 미세먼지 배출도 56%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전 분야는 물론 제조업 연소, 비산업분야 연소, 생산공장 배출, 도로이동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권고안은 온실가스 배출을 2030년까지 2015년 대비 10%가량 줄이고 발전부문 미세먼지는 3분의 1 수준까지 낮추자는 제안이다. 수송부문 미세먼지도 2040년까지 3분의 2 수준으로 낮출 것을 포함했다.

달성방안으로는 배출권거래제, 제로에너지빌딩을 적극 추진하고 한국형 에너지 효율시스템 등 추진을 제시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목표대로 추진할 경우 발전단가 하락으로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0.2%까지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고안 달성, ICT가 좌우

무엇보다 권고안을 맞추려면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 구축이 필수다.

권고안 핵심은 재생에너지 보급을 최대 25~40%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이 같은 구상은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2030년까지 20%까지 늘리겠다는 재생에너지 3020프로젝트로 힘이 실렸다. 지난해에는 재생에너지 3020으로 당초 목표치 1.7GW 대비 72% 초과한 2989㎿가 보급됐다. 태양광은 67.8%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컸다. 양적인 공급에선 충분히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태양광이나 풍력 등이 안고 있는 한계가 있다. 바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 아니란 점이다. 기상 변화에 따라 출력을 예측할 수 없고 대규모 발전원으로서는 부족하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ICT다.

재생에너지 중심 통합 스마트에너지시스템이 구축될 경우 재생에너지로 실시간 전력을 공급하는 것 외에도 전기, 열, 수소, 형태로 저장해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다. 태양광·풍력 등으로 생산된 전력을 수소나 메탄으로 바꿔 가스터빈발전이나 연료전지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에너지원 생산과 소비를 실시간 계측하고 정보도 공유할 수 있다. 정보 공유로 시장에서 도소매거래와 개인간 전력 거래도 가능해진다.

에너지가 새로운 신산업으로서 활약하는 데에도 ICT가 뒷받침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상학 에너지IT융합센터 센터장은 “에너지는 주력산업을 뒤에서 지원하는 역할도 하지만 신산업으로 역할도 중요하다”며 “정부는 에너지정책을 공급 위주 하드웨어에서 친환경적인 분산전원 정책 등 소프트웨어 서비스로 옮겨가야 한다”고 말했다.

신산업으로 떠오르는 가상발전소나 프로슈머를 뒷받침할 4차산업혁명 기술이 필수란 얘기다. 이를 위해 수요시장 거래에 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인공지능·분산 전원 같은 기반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물이나 산업부분에도 인공지능(AI)과 IoT를 이용한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이 확대돼야 한다고 했다.

운송분야에서도 전기차와 수소차는 물론 자율주행차 등장에 대비해 국가에너지종합센터를 만들어 정확하고 체계화된 에너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에너지분야가 신산업으로 성장하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으로 평가했다.

조현춘 에너지기술평가원 사업기획본부장은 “2040년에는 에너지 초연결 사회가 될 것”이라며 “에너지분야도 소프트웨어와 결합한 고부가가치 산업 영역으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산업이 스마트화됐을 때 2030년에만 38만명 일자리가 나올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저장시스템(ESS) 16만명, 건물효율화에 17만명, 전기차 관련 산업에 3만명, 마이크로그리드 분야 6000명이 필요할 것이란 예측이다.

◇공급 중심 정책 전환 필요

2차 에기본에서 '수요관리 중심 정책 전환'을 선언했으나 구호에만 그쳤다는 점에서 공급중심 정책에 변화를 줘야한다고 권고안은 조언한다. 소비 분야에서 대형 신축건물이나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과 기존 건물 등 에너지 효율향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다.

에너지 가격구조 왜곡도 전력 소비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천연가스 가정용 가격은 독일이나 미국 대비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낮은 과세와 적정 공급 비용이 반영되지 못하면서 낮은 전기요금이 전력 수요를 증가시킨다.

에너지 공급시스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에너지원별, 부문별 시장구조와 공급체계가 서로 단절돼 생산전환저장거래소비를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전력에서는 일부 생산과 소비분야에서 실시간 계측과 정보 수집 등이 있지만 다른 분야에선 에너지 인터넷 기반이 취약한 탓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중 에기본 정부안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라며 “권고안을 포함해 여러 의견을 반영해 정부안에 담겠다”고 말했다.

이경민 산업정책(세종)전문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