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공기청정기 성능 기준에 소비자 혼란…신뢰할 잣대 정립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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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공기청정기 인기가 높지만 제품 성능을 표시하는 기준이 없어 소비자가 혼란을 겪고 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공기청정기는 필터 등급, 국내 인증, 해외 인증 등이 있지만 성능 평가 기준으로 보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공기청정기 성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직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공기청정기는 소비자가 어떤 제품이 더 우수한지 판단하기 어려워 성능을 표시하는 계량적 기준이 필요한 품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박찬수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상에서 성능을 확인하거나 체감할 수 있는 다른 가전과 달리 공기청정기는 별도로 성능을 확인하거나 비교하기 어려운 품목”이라면서 “소비자에게 계량적 요소가 충분히 제공돼야 제품 구매 시 좀 더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기청정기 성능을 보장하는 인증으로는 국내 CA 인증과 KS 인증, 해외 CADR 인증과 ECARF 등이 있다. 인증은 공인 기관이나 단체가 기준에 따른 심사를 거쳐 부여하기 때문에 인증 받은 제품은 성능을 어느 정도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각각 다른 인증으로 인해 어떤 제품이 우수한지는 알기 어렵다.

CA 인증은 한국공기청정기협회가 부여하는 민간 인증인 반면에 KS 인증은 정부가 부여하는 인증이다. 이들 인증은 청정 능력 중심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제품 성능 비교나 평가 기준으로는 한계가 있다.

또 CA와 KS 모두 필수 인증이 아니다 보니 일부 업체는 인증을 받지 않은 채로 제품을 판매한다. 인증 받지 않은 제품이 문제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성능에 대한 검증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외국산 공기청정기는 미국 CADR 인증이나 유럽알레르기연구재단(ECARF) 인증을 주로 사용한다. CADR 인증은 공기청정기에 걸러진 깨끗한 공기가 얼마나 많이, 빠르게 퍼져 나가는지를 나타낸다. CADR 수치가 높을수록 청정 성능이 좋지만 0.3마이크로미터(㎛) 이하 물질에 대한 효율성은 알 수 없다. 냄새와 가스도 측정하지 않는다. ECARF 인증도 성능에 대한 기본적인 보장은 가능해도 상세한 평가 지표로는 쓸 수 없다.

국내외 인증 모두 장시간 운용 시 성능에 대해 평가하지 않는 것도 한계다. 인증 평가 시 20분 가동 성능으로 평가하지만 실제 사용 때는 하루 종일 켜 놓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 인증을 받았다고 해도 제품 간 성능 차이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제품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실제로 성능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는 소비자가 알 수 없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청정 능력과 성능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혜경 이화여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심각성이 국가 차원 재난으로 커진 만큼 이제는 제도적으로 공기청정기 성능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면서 “성능 검증은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소비자가 공기청정기 기능을 신뢰하고 인식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