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거부 안 통하게 해야" 망이용대가 사후규제 틀 나왔다

글로벌 인터넷 업체가 망이용대가 협상을 미루거나 회피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상반기 내 가이드라인을 공개하고 후속 조치로 입법도 추진한다.

미래미디어연구소는 최근 방통위에 제출한 '인터넷전용회선 및 데이터센터(IDC) 요금에 대한 사후규제 방안' 보고서에서 콘텐츠제공업체(CP)와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가 정당한 이유 없이 협상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넣을 것을 제언했다.

망이용대가 가이드라인에서 지상파방송 재송신 협상·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과일부를 참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 망이용료 사후규제 방안 마련을 목적으로 방통위와 미디어미래연구소가 공동연구 형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방통위 가이드라인에 큰 틀을 제안한다.

지상파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은 △상당 기간 간격을 두고 3회 이상 협상을 요청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협상에 응하지 않거나 협상 자체를 거부하는 경우 △협상 권한을 지닌 대표자를 지명하지 않는 경우 △협상을 위해 합리적인 일시 및 장소를 제시하지 않거나 합리적인 사유 없이 협상과정을 지연시키는 경우 의무 위반으로 간주한다.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도 △정당한 사유 없이 현저하게 불리한 대가를 요구하거나 이면계약 등으로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건 강요 금지 △정당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1개 안만을 제시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방통위가 이 제안을 받아들이면 기존 수년씩 걸리거나 협상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CP-ISP 망이용료 대가 협상이 속도를 낼 수 있다.

방통위는 보고서 등을 참고로 가이드라인 초안 작업에 한창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사업자이 성실 협상에 임할 수 있는 행정력을 발휘 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면서 “가이드라인으로 부족하다면 국회와 협조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CP와 국내 ISP간 망이용료는 최근 2년간 통신·인터넷 업계 뜨거운 감자였다. 문제가 불거져 협상이 타결되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피해는 이용자 몫이었다.

페이스북은 KT에 이어 SK브로드밴드와 올해 망이용료 계약을 맺었다. 페이스북은 2016년 국내 상호접속 고시 개정 이후 SK브로드밴드 이용자 접속 경로를 해외로 변경했다. 2년 협상을 거쳐 올해 초 SK브로드밴드와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도 이용료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 초 넷플릭스 가입자가 늘며 SK브로드밴드는 '화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유선 인터넷 경쟁력이 강한 KT와 넷플릭스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LG유플러스에 비해 불리한 처지다.

가이드라인은 국내 CP와 글로벌 CP, 대형 CP와 중소형 CP간 불공정성을 방지하는 장치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CP가 지불하는 망 이용대가 수준은 대략 Mbps당 3000원~7000원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 진입 해외 CP의 경우 국내 IDC 구축과 해외망간 연동을 위한 대용량 전용회선 등 대형 수주계약 기회를 고려해 ISP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하는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특별 할인'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대형 CP도 ISP로부터 다양한 서비스를 구매할 경우 ISP와 특별 조건 하에서의 가격 개발이 쉽다고 지적했다. 중소형 CP만 비싼 망이용료를 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ISP 트래픽 차단·전송지연, 대가기반 트래픽 우선처리 관습이 존재할 경우, 해당 ISP가 공개 하도록해 규제 실효성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가이드라인 명칭도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공정성을 강조한 것이다.

<표> 망 이용대가 가이드라인 의무위반 조건 참고 사항. 출처: 미디어미래연구소, 지상파 재송신 협상 가이드라인,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

독도에서 KT 직원들이 5G 통신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 DB
독도에서 KT 직원들이 5G 통신장비를 설치하고 있다. 사진=전자신문 DB
"협상거부 안 통하게 해야" 망이용대가 사후규제 틀 나왔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