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STI과학향기]디지털치매가 있다?

스마트폰 전화번호부와 명함 관리 애플리케이션은 우리 뇌의 일부나 다름없다. 우리를 대신하여 소중한 친구와 가족, 중요한 거래처의 전화번호부를 대신 기억해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편리함은 갑자기 불안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낯선 곳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면 도움을 줄 수 있는 친구의 전화번호를 기억할 수 있겠는가? 거래처에 연락할 상황에서 명함 애플리케이션이 갑자기 먹통이 됐다면? 아마 당황해서 머리가 하얘질 것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따로 있다. 이렇게 스마트 기기에 내 기억을 맡기는 것이 실제로 우리의 기억과 인지 능력에 해를 줄지도 모른다.

[KISTI과학향기]디지털치매가 있다?

◇디지털치매는 퇴행성 치매와는 다르다

심리학과 인지신경과학에서는 디지털 기술을 과도하게 사용해 인지 능력이 쇠퇴해 가는 상태를 '디지털치매'라고 한다. 디지털 치매는 나이가 들어 뇌의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퇴행성치매와 달리 자라면서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야 할 뇌 기능이 그 수준을 밑도는 것을 뜻한다.

건강 관련 정책 연구 재단인 카이저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2살밖에 안 되는 아이의 68%가 태블릿 pc를 가지고 놀고, 2~5살에 이르는 어린이의 25%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숫자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하루에 150번 이상씩 휴대폰을 체크한다고 한다.

디지털치매는 퇴행성 치매와 달리 과도한 스마트 기기 의존으로 우리 뇌의 인지 기능이 저하하는 것이다. (출처: shutterstock)
디지털치매는 퇴행성 치매와 달리 과도한 스마트 기기 의존으로 우리 뇌의 인지 기능이 저하하는 것이다. (출처: shutterstock)

과도한 스마트 기기 사용은 아이의 발달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 지금까지 발표된 다양한 연구를 종합해 보면, 스마트 기기를 이용하느라 뛰고 운동하지 않아 감각 기관의 발달이 지체될 수 있다. 또한 고개를 빼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방식 때문에 거북목과 이로 인한 두통, 요통 등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

더욱 무서운 것은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 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면 불안, 학습 장애, 수면 장애로 여기서 발생하는 발달 지체를 겪을 가능성이 있다. 이미 밖에서 활동하는 것이 아이의 뇌와 신체 발달에 유익하다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스마트 기기는 이런 발달 경로를 방해함으로써 인지 능력을 저하시킬 여지가 있다. 발달 장애로 겪는 불면증, 우울증, 스트레스는 장성하거나 나이가 많이 들어 실제 치매로 연결될 수도 있기에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

디지털치매가 진짜 치매와 같은 것은 아니지만 인간의 인지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그렇다면 디지털치매를 방지하기 위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디지털치매를 막으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 기기의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다. 스마트폰, 태플릿 PC, 노트북, 데스크탑, TV의 사용 및 시청 시간을 하루 3시간 이내로 제한하자. 또한 이 기기들을 사용할 때도 고개를 푹 숙이는 자세를 취하지 말자.

스마트폰이 우리 뇌를 전부 대신하게 하지 말자. 그것이 디지털치매를 막는 길이다. (출처: shutterstock)
스마트폰이 우리 뇌를 전부 대신하게 하지 말자. 그것이 디지털치매를 막는 길이다. (출처: shutterstock)

어린이와 어른 모두 운동은 필수다. 운동은 기억과 인지 능력을 강화하는 효과를 낸다. 하루에 30분이라도 꼭 산책을 하자. 운동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잠들기 전에는 스마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수면의 질이 좋을 때 건강과 활력 역시 좋아진다는 것은 명백하다. 잠자기 전에 사용하는 스마트폰은 뇌를 각성 상태로 만드므로 1시간 전에는 어떤 전자기기도 사용하지 말자.

디지털치매는 전자기기의 발달로 생긴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다. 그렇다고 전자기기를 버릴 수는 없다. 스마트기기는 우리의 삶의 질을 높여주었고 일과 가정에서 많은 이점을 가져다 주었다. 그렇게 스마트기기의 이점을 이용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절제가 미덕이라는 마음으로 오늘부터라도 종이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해보자.

글: 최붕규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