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가 만났습니다] 이상진 표준협회장 "100년 가는 글로벌 지식서비스 기관 만들 것"

이상진 한국표준협회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상진 한국표준협회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한국표준협회가 '100년 가는 글로벌 지식서비스 기관'이 되기 위한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이상진 한국표준협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해 성과를 이 같이 평가했다. 지난해 3월 21일 제24대 표준협회장으로 취임한 그는 적자에 빠졌던 표준협회를 1년도 안 돼 흑자로 돌려세웠다. 이에 더해 100년 동안 지속 성장하기 위한 조직구조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 회장은 1989년 행정고시 32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 통상 분야 경험을 많이 쌓았고, 대변인으로도 활약했다. 세계 무대에서 활동한 그는 표준협회에 자신의 경험을 녹여내겠다는 포부다.

표준협회는 1962년 설립된 표준·품질 전문기관이다. 국가표준(KS)과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산업 표준화를 지원한다. 인증품질 경영에 관한 기업 교육도 벌인다. 57년간 국내 산업과 함께 성장했다. 4차 산업혁명과 융합 신산업이 떠오르면서 표준협회도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기업 교육과 KS 인증 분야에서도 다른 기관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변곡점을 맞은 시점에 취임 1년을 맞은 이 회장 향후 계획과 글로벌 정세에 대한 의견을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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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준협회장으로 취임한지 1년이 지났다. 소감 부탁드린다.

▲표준협회는 정부 출연금이나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독립 경영을 해야 하는 이유다. 협회는 공적 부분도 있지만, (저는) 표준협회를 '경영기관'이라고 정의했다. 2017년 영업적자가 31억원이었고 매출도 966억원으로 정체돼 있었다. 사업 환경을 뜯어봐도 (다른 기관과) 경쟁을 해야했다.

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두 가지 목표를 세웠다. 하나는 경영 정상화로 흑자 전환해야겠다고 했다. 표준협회 구성원 자신감이 떨어졌고 불안함이 많았다. 조직 구성원 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했다. 두 번째는 100년을 이어가기 위한 제도나 문화를 바꾸고 모멘텀을 가져가는 계기를 만들려고 했다. KS 인증만 하더라도 이미 복수 기관체제로 전환했는데 표준협회는 아직 '독창적으로 생각하질' 못했다. 이것을 어떻게 부서 간에 협업해 융합 산업에 뛰어들 것이냐를 고민했다. 표준협회는 4500개 이상 회원사 네트워크를 갖췄다. 좋은 서비스를 만들면 최대한 빨리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난 1년간 성과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2017년도 영업손실 31억원에서 영업흑자로 바꿨다. 당기순이익은 15억원이다. 4차 산업혁명 분야 새 사업에도 진출했다. 작년에 스마트공장 평가진단 사업을 시작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의 '혁신성장 청년인재 집중양성사업'을 따냈다. 혁신성장 8대 신기술 중 인공지능, 블록체인 2개 분야에 참여하는 사업이다. '6시그마' 등 품질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4차 산업 요소 기술 사업으로 탈바꿈했다.

-올해 목표는 매출 1200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이다. 올해 중점 추진 사업과 전략은.

▲지난해 시작했던 스마트공장,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사업을 지속할 것이다. 표준협회에서도 관련 영역은 다 담당하고 있고 어떻게 접목시키느냐만 남아있다. 영국이 표준 분야를 선도한다고 하지만 제조업 기반은 없다. 우리는 제조업 접목 기반이 많다. 스마트공장 진단평가에 있어서도 표준협회가 5년 내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흥시장 글로벌 공장에서도 저렴한 임금뿐 아니라 '퀄리티' 있는 것을 요구한다. 표준협회가 한국에서 해온 제조업 경험으로 펼친다면 굉장한 것을 할 수 있다.

우리가 사업하는 방식도 바꿔야 한다. 지금은 외부 전문위원과 강사에 의존한다. 우리 내부 구성원도 생존가능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 조직 내부에서는 지식역량을 축적하면서 외부로 나가는 사업비를 많이 줄이려 한다. 그래야 수익도 높일 수 있다. 사업 쪽에서는 신산업 분야를 확고히 뿌리내리게 하겠다. 중국·베트남을 목표로 정해 지식서비스 자문을 활발하게 벌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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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하게 보는 글로벌 표준 동향은 무엇인가. 이에 대해 우리 정부나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국 시진핑 주석이 2016년에서 2020년까지 차세대 정보통신 분야 표준 1000건, 일반 표준은 500건을 제안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이 500건을 하겠다는 것은 '국제 표준의 절반을 하겠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국가적으로 추진하니까 중국에서 다 표준에 매달리고 있다. 중국 어느 기관을 만나더라도 한국표준협회장을 환영하는 상황이다. 중국 기관들이 저를 만나면 실적 보고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제안한 국제표준이 채택되는 것이 연간 90건이 안 된다. 중국이 500건 달성한다고 하면 우리나라 5배다. 우리는 연간 150건을 해야한다고 했다. 협회에서는 1인 1표준 담당제를 실행할 것이다.

정부 산업정책도 새 프레임을 짜야한다. 현재 인구구조나 노동문제를 고려했을 때 제조업을 도약할 수 있는 굉장한 기회다. 산업정책 방향을 연구개발(R&D)과 특허만 생각하는데 표준은 전혀 다른 얘기다. 지금은 표준이 먼저 가고 여러 분야를 융합한다. 이 측면에서 우리나라 표준과 시험인증이 너무 낙후돼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서비스업 역량을 아울러서 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 산업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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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2년 간 철강, 조선 등 주력 제조업 위기가 있었다. 또 자동차 산업 위기론도 부상하고 있다. 바로 지금 산업 구조를 바꿔 '퀀텀점프' 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지면 다시 올라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산업정책을 보완하고 표준도 이를 지원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리더 역할은 무엇인가.

▲다들 위기의식이 있다. 다만 탈출구를 모른다. 한국 사람은 정확한 방향을 가지고 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최고경영자(CEO)가 해야 될 역할은 3가지가 있다고 본다. 이를 기러기 편대에 비유해 보겠다.

시베리아에서 기러기가 월동하러 내려갈 때 삼각편대로 움직인다. 이 중 대장 기러기는 첫 번째, '위험 관리자(Risk Manager)' 역할을 해야 한다. 삼각편대로 날아갈 때 가장 앞쪽에서 독수리가 날아오는지, 산맥이 있는지, 폭풍이 몰아치는지 봐야한다.

두 번째는 '길 안내자(Navigator)'다. 대장 기러기가 정확한 길을 알아야 한다. 리더가 길을 잘못 알면 다 죽는다.

세 번째는 '촉진자(Facilitator)'다. 대장 기러기가 날갯짓하면 기류가 일어난다. 뒤에 일반기러기는 편하게 날 수 있다. 큰 문제를 대장 기러기가 해결하고 물꼬를 터주는 촉진제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작년에는 위험관리자 역할을 많이 했다. 100년간 협회를 만들자는 비전을 내세웠다. 올해는 촉진자로서 역할을 많이 할 것이다. CEO 마케팅을 많이 하겠다. 국내 표준 시장은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협회에서는 취업 관련한 것과 경영자, 생산라인에 필요한 전사 생산보전활동(TPM), 6시그마, 스마트공장 등을 다룬다. 전부 다 플랫폼으로 만들어야 한다. 전문강사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는 사람이 바로 강의를 할 수 있는 공개 플랫폼, 패스트 캠퍼스 같은 플랫폼으로 탈바꿈해야 한다.

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왼쪽)과 이상진 표준협회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양종석 전자신문 미래산업부장(왼쪽)과 이상진 표준협회장,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올해는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야 하는 진검승부의 해다. 앞으로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성과는.

▲단기 성과나 매출 수치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경영정상화만 되면 좋아진다. 무엇보다 100년간 이어지는 표준협회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3가지를 해야 한다.

첫 번째, 직원이 손익 개념과 협업하는 방식을 갖추도록 제도를 선진화해야 한다. 임금구조에 관한 것도 고민해야 한다. 일하는 방식도 글로벌 마인드를 갖추도록 하겠다.

두 번째는 생존가능 전문역량을 길러야 한다. 한국표준협회가 설립된 지 57년이 됐다. 3년 후면 환갑이 된다. 지식서비스 사업을 다루기 때문에 생산성본부나 능률협회, 시험인증 기관과 경쟁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영국표준협회(BSI) 사업모델과 비슷하게 만들려고 한다. 영국표준협회는 매출이 6000억원으로 우리의 6배고, 인원은 4배다. 2030년까지 영국표준협회의 80% 수준까지 가자면 매년 5%씩 성장해야한다.

세 번째 성과주의가 돼야 한다. 협회나 기관은 보신주의가 있고, 안주할 수 있다. 성과주의를 철저하게 실행하고 매출과 손익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데이터 경영을 해야 한다. 표준협회는 과거 글로 써서 보고했다. 지금은 각 팀별로 전부 매출이 얼마이고, 영업 직접비, 간접비, 인건비 등을 매번 정확하게 산출한다. 성과를 바탕으로 한 철저한 경영이 되지 않으면 100년을 지속하는 성장은 어렵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표준협회는 회장 임기가 3년이다. 어떤 회장이든 임기동안 본인의 정책을 추진하지만 쉽게 없어지곤 한다. 제도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가운데 성공을 경험하고 뿌리를 내리게 해야한다. 100년 가는 협회를 위한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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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표준협회장은...

1962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했다.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행정고시 32회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행시 합격 이후 서울대 행정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 행정대학원 박사 과정을 밟았다. 2008년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비서관실 행정관, 2013년 국가기술표준원 적합성정책국장, 2014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협력국장, 2016년 산업부 대변인, 2017년 산업부 통상교섭실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3월 한국표준협회장으로 취임한 후 협회를 이끌고 있다.

대담=양종석 미래산업부장

정리=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사진=이동근기자 f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