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7>스티브 발머-2인자의 한계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CEO 코드 <7>스티브 발머-2인자의 한계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7>스티브 발머-2인자의 한계

2007년 출시한 아이폰을 단지 '장난(Joke)'라고 했다. “우리가 표준”이라며 무시했다. 스티브 발머는 마이크로소프트(MS) 기술력을 믿었고,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은 잡스의 혁신에 눈을 돌렸다.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OS 판도를 바꿨다. 흐름을 읽지 못한 패착은 치명적이었다.

노키아를 인수했다. 노키아 기술력으로 모바일 생태계 꼭대기에 있는 아이폰과 경쟁하려 했다. 노키아를 등에 업은 그가 다시 말했다. “아이폰 시대는 끝이 났다”고. 그가 만든 윈도폰은 '폭망'했다. 억울하게도 세상은 그가 출시한 스마트폰이 있었는지조차 모른다. 빌 게이츠와 쌍두마차로 칭송받던 스티브 발머는 2014년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박선경의 발칙한 커뮤니케이션2]CEO 코드<7>스티브 발머-2인자의 한계

후임으로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을 담당하던 사티아 나델라 수석부사장이 임명됐다. 나델라는 적자사업을 구조조정했다. 1차 대상은 발머가 인수한 노키아 사업 부문이었다. 구조조정을 마친 그는 클라우드와 인공지능에 집중했다. MS를 생태계와 플랫폼 중심 기업으로 변모시키며 경쟁자 애플과 구글마저 동지로 품었다. 나델라가 이끄는 MS는 2017년 11월, 글로벌 주가총액 1위 자리를 애플에서 되찾았다.

스티브 발머는 고교시절 SAT 수학 800점 만점을 받은 천재였다. 하버드대에 입학해 경제와 수학을, 스탠퍼드대에선 경영학을 공부했다. 빌 게이츠보다 뛰어난 '넘사벽' 스펙이다.

하지만 IT업계는 스티브 발머를 천재로, 뛰어난 경영인으로 기억하지 않는다. 빌 게이츠와 세계 최고 기업으로 만들었지만, CEO로 거둔 성과는 미흡했다. 그는 2인자였다. MS에 스물여덟 번째로 입사한 충성심 높은 직원이었을 뿐이다. 창업자 빌 게이츠가 짜놓은 전략을 밀어붙이고 관리, 회계, 영업, 광고, 인사를 책임진 실행 참모였다. 빌 게이츠 전략을 읽고 파악하는 데는 탁월했으나 시대 흐름을 읽는 데는 서툴렀다. 전략적 우선 순위가 무엇인지 몰랐다.

2인자에게는 월례고사 콤플렉스가 있다. 월례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줘야 만이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콤플렉스 말이다. 2인자는 주주에게, 소비자에게, 경쟁기업에 자신의 '필살기'를 자주 보여줘야 한다. 기업에서 CEO는 매달 성과를 입증해야 리더로서 좋은 평점을 얻는다. 좋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드는 순간 강박, 초조함에 시달린다. 필살기는 짧은 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기술과 경험, 통찰력에서 나온다는 걸 잊고 단기성과에 매달린다. 성과에 집중하면 자신의 장점과 회사의 본질을 잊는다. 따라 다니며 지는 싸움만 하게 된다.

발머는 MS가 가진 SW 기술력, IT기기 플랫폼으로서의 장점을 망각하고 경쟁자 애플을 따돌릴 생각만 했다. 그에게 아이폰은 컴플렉스이자 공포였다. 그래서 노키아를 인수했고, 기어오르는 애플을 끌어내리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노키아는 이미 침몰하는 배였다. 노키아도 발머처럼 애플 아이폰을 무시하다가 IT 세계에서 밀려난 2인자 꼬라지였다.

2인자 발머의 상상력은 제한적이었다. MS를 사랑했지만 그는 스마트폰 시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추종했다. 스마트폰 다음에 올 초연결시장 흐름에 대응한 나델라 CEO와는 달랐다. 큰 차이였다. 나델라 등장 이후 스티브 발머는 더 초라해졌다. 2인자로 오르기까지 충성심과 MS를 사랑하는 열정이면 충분했으나, CEO로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 IT 역사에서 스티브 발머를 길게 기억하지 않는다. MS를 가장 사랑한 2인자였으며, 빌 게이츠를 가장 잘 이해하는 친구로서 기록될 수밖에 없다.

박선경 문화칼럼니스트 sarahsk@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