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보궐선거가 가리킨 것은

[데스크라인]보궐선거가 가리킨 것은

예상한 대로다. 4·3 보궐선거가 끝나자 여야는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유권자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자기 당만의 의미를 찾는 분위기다.

통영·고성에서 대승을 거둔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해 의미가 크다”면서 “내년 총선 결과는 분명 다를 것으로 확신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회찬 전 의원 지역구인 창원·성산을 확보한 정의당은 고무됐다. 이정미 대표는 “2020년 제 1야당, 진보 집권을 향해 반드시 나아갈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결과적으로 한 석도 챙기지 못한 더불어민주당도 애써 의미를 부여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국회 개혁에 박차를 가하라는 국민의 뜻”이라고 풀이했다.

4·3 보궐선거 규모는 작았지만 내년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를 1년 앞두고 열려 '미니총선'으로 불렸다. 야당이 강조한 대로 정부·여당 중간평가 지표가 될 수 있기에 관심이 높았다. 각 당 지도부는 창원과 통영·고성을 오가며 지원 유세를 펼쳤다.

선거가 끝났으니 이제 각 당은 결과를 바탕으로 총선 준비를 본격화할 것이다. 여당은 지난해 거둔 지방선거 대승 재현을 위해 힘쓴다. 제1야당 한국당은 올해 들어 가팔라진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세와 보궐선거 선전을 바탕으로 전세 역전을 노린다.

보궐선거에서 존재감을 확인한 정의당은 여세를 몰아 입지 확대에 온 힘을 다할 것이다. 반대로 민중당에도 밀려 존재감이 떨어진 바른미래당은 새 체제로 분위기 전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정당이 총선 준비에 힘쓰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지금이 그저 보궐선거 득실을 따지며 총선 전략에 주력할 때인지는 모르겠다.

올해 국회는 우여곡절 끝에 3월에야 문을 열었다. 김태우 전 수사관 논란에 손혜원 의원(무소속) 부동산 투기(혹은 투자), 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진 탓이다.

뒤늦게 시작한 3월 임시국회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온 나라를 재해 수준으로 몰아닥친 미세먼지 때문에 관련 법안이 일사천리로 처리된 것을 제외하면 공방의 연속이었다. 우스갯소리로 '하늘이 도왔기에' 이뤄진 법안 처리였다. 마지막 본회의가 5일 열릴 예정이지만 보궐선거 후유증으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3월 국회의 가장 큰 과제인 탄력근로제·최저임금결정체계 개편은 이미 물 건너간 분위기다.

국민은 보궐선거가 끝났으니 국회가 제 일을 해 주길 기대한다. 그러나 여야는 보궐선거 종료를 입법에 총력을 다하는 계기로 보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기업이 주52시간 근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손꼽아 기다린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는 국회에서 3월 한 달을 헛되이 흘려보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도 마찬가지다. 4월 국회도 불투명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 현장에서 규제 개선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그나마 우리 경제 버팀목인 수출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보궐선거에 담긴 의미가 특정 정당 지지율만을 뜻하진 않을 것이다. 어려워진 경제에 대한 민심의 다양한 표출이다. 4·3 보궐선거가 가리킨 것은 국회의원 배지가 아니라 경제다. 승리한 당, 패한 당 모두 경제 살리기에 방점을 둬야 한다.

이호준 산업정책부 데스크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