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문 정부 국정과제 '공인인증서' 폐지...아직도 안됐어?

[이슈분석]문 정부 국정과제 '공인인증서' 폐지...아직도 안됐어?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전자서명법 개정'이 여전히 국회에서 잠잔다. 공인인증서로 대변되는 불필요한 소프트웨어(SW) 설치 등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블록체인, 생체인증 신기술 경쟁 활성화를 기대하며 수년간 이어온 논의는 여전히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반면 야당, 학계를 중심으로 '전자서명법 개정안' 방향에는 동의하면서도 일부 이견을 나타낸다. 개정안에 담긴 공인인증서 폐지가 미래 인증 경쟁력확보에 저해되며 결국 외산 기업에 주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친다.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인인증서 제도를 20년 만에 전면 폐지하는 전자서명법 전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과기부는 2017년 9월부터 관계부처 협의, 전문가 토론회,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을 통해 지난해 1월 22일 열린 규제혁신토론회에서 공식적으로 공인인증서 제도 폐지 방침을 발표했다.

공인인증서 폐지문제는 2014년 박근혜 정부 당시 규제개혁 끝장토론에서 시작됐다. 액티브X 설치뿐 아니라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한 '공인인증서' 때문에 해외 쇼핑객이 우리나라 쇼핑몰을 이용하지 못해 '천송이 코트'를 구매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실제 외국인 카드 결제 시 당시에도 공인인증서가 필요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해는 풀었으나 액티브X 불편 등이 맞물리면서 변화는 급물살을 탔다.

같은 해 5월 금융위원회가 전자상거래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폐지, 이듬해 3월 전자금융거래 공인인증서 의무사용까지 폐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여전히 공공기관 등 수많은 사이트에서 공인인증서를 요구했을뿐 아니라 액티브X 설치문제는 계속됐다. 2017년에는 문재인 대통령 당시 후보자가 ICT 주요 공약가운데 하나로 공인인증서 폐지를 꺼내들었다. 지난해 1월 과기부 규제 혁신 토론회서 공인인증서 폐지가 보고됐고 공청회 등을 거쳐 9월 전자서명법 전부개정안이 발의됐다.

개정안은 기존 공인인증서제도와 관련 규제를 대폭 폐지하는 것이 골자다. 민간 전문기관을 통한 전자서명인증업무 평가제를 도입하고 다양한 전자서명 기술과 서비스가 동등하게 경쟁하도록 하는 여건을 조성했다. 공인과 사설인증서 간 구분이 없어지면서 동등한 법률 효력이 생긴다. 핀테크, 블록체인 등 다양한 신기술이 결합해 전자서명시장 경쟁 활성화까지 기대했다.

과기부 관계자는 “일부 기업에 인증기관 역할을 부여해 독점 지위를 준 과거와 달리 경쟁을 촉발시켜 전자서명시장이 핀테크, 블록체인 등 다양한 기술과 결합해 활성화 될 것을 기대한다”면서 “기존 인증기관은 PKI 기반 발전된 신서비스를 선보이며 액티브X 등 국민 불편 해소를 가속화하고 간편결제, 본인확인 인증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법안 개정 취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관, 여러 부처, 기관 간 합의를 이끌어내 개정안이 제출된 만큼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야당과 학계를 중심으로 전자서명법 개정안에는 찬성하면서도 일부 조항 변화가 필요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올해 1월 '전자서명법 개정에 따른 국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기존 공인인증 중심 전자서명 시장에서 다양한 기술과 서비스 혁신을 거듭하고 있어 전자서명법 개정안이 필요하지만 일부 조항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일부 개선 중심에는 △전자정부서비스에서 전자서명 행위자와 동일인임을 어떻게 확인해 정보 공유, 신원확인을 할 것인가 △블록체인, IoT, 자율주행차 등 지능화 서비스에서 어떻게 그 주인을 인지하고 서비스 이행 책임을 부여할 것인가 등이다. 이외에도 공공서비스 등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분야가 있으며 사설 인증서 중심이 될 경우 외산기업에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랐다.

이기혁 중앙대 교수는 “공인인증기관이 SW 등 산업이 급속하게 발전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며 혁신을 게을리 한 것은 맞지만 공인인증서 자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분명 있다”면서 “사설인증 중심으로 갈 경우 구글, 페이스북 등 외국계 플랫폼 기업과 은행 등 시장 독점적 지위 기업으로 외국에게 인증 주도권을 내어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