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정유·석화업계 가격경쟁력 약화 우려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로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전자신문DB>
이란산 원유 수입 금지 조치로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 가격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 <전자신문DB>

미국이 이란산 원유 수입을 전면 금지할 것으로 전해지면서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었던 만큼 파동 수준의 충격은 없겠지만, 가격경쟁력 약화에 따른 단기 충격을 불가피할 전망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주요 언론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을 비롯한 8개국에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던 이란산 원유 제재 예외 조치를 연장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22일 오전 이란산 원유수입 전면 금지 방안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1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복원하면서 한국과 중국, 인도, 일본, 이탈리아, 그리스, 터키, 대만에 내달 2일까지 180일간 한시적 예외를 인정했다. 한국을 비롯한 제재 예외국 정부는 이 조치를 연장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협의해왔지만 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내달 3일부터 이란산 원유 수입이 금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와 세계 원유 시장 변동성이 커질 전망이다. 보도 직후 국제유가는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급등했다.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계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이란산 초경질유(콘덴세이트) 수입이 어려워지면 가격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 이란산 초경질유는 석유화학제품 기초연료인 나프타 함량이 다른 유종보다 높고 가격도 다른 지역보다 배럴당 평균 1~2달러 저렴해 국내 업계가 선호해왔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국내 원유 도입 물량에서 이란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8.6%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미국, 이라크에 이어 5번째로 많다.

국내서는 현대오일뱅크, SK인천석유화학, SK에너지, 한화토탈 등 4개사가 이란산 원유를 수입한다. 이란산 초경질유를 수입하는 회사는 SK인천석유화학, 현대케미칼, 한화토탈 등 3곳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이란산 원유는 가격경쟁력이 높아 적극 도입했던 만큼 수입 중단으로 원가 경쟁력에 부담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업계도 이란산 원유 수입금지 조치에 대비해 꾸준히 수입선 다변화를 진행해온 만큼 당장 원유 수급이나 공장 가동에 문제가 생기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물량이나 수급에 애로 사항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석유화학 업계에서는 초경질유 대신 나프타를 수입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