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생결제 확산으로 중기자금난 해소를

김순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김순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우리나라에는 중소기업이 355만개 있다. 대기업 집단이 60개, 대기업 소속 회사가 2000여개 정도임을 감안하면 얼마나 많은 중소기업이 경영 활동을 영위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해 규모의 경제에서 열위에 있다 보니 대기업과 직접 거래하는 경우(약 17%)보다 원청업체 이하 하청 관계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은 하도급 중심 거래 관계에서 2, 3차 거래 기업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거래 관계에서 겪는 애로 사항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납품 대금 미회수로 인한 자금난이다. 1차 기업 이하 중소기업은 여전히 60일 이상 어음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3차 기업의 경우 대기업으로부터 1, 2차 협력사를 거쳐 180일이 지나 대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중소기업은 어음제도 개선을 건의한 적이 있다.

2017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중소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한 어음제도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10곳 가운데 7곳이 어음제도 폐지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로는 '결제 기일 장기화로 인한 자금 운영 애로'(78.1%), '어음 부도로 인한 자금 미회수'(58.1%), '할인수수료 비용 과다'(26.0%) 등 순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국내 어음 부도업체 수 및 금액은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연간 3조원 수준의 부도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어음 문제점을 개선하고 중소기업의 자금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2015년부터 상생결제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이 제도는 거래 기업이 결제 일에 현금 지급을 보장받고 결제 일 이전에도 구매 기업(대기업 등)의 신용으로 조기에 현금화할 수 있는 것으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2차 이하 협력사의 자금 흐름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상생결제제도에는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금융비용을 크게 경감시켜 준다. 까다로운 심사나 추가 담보가 필요 없고, 대기업 신용으로 할인을 받기 때문에 협력사에 혜택이 돌아간다. 둘째 약정을 체결하면 바로 활용할 수 있다. 시중은행의 온라인 결제 상품이기 때문에 즉시 활용이 가능하다. 셋째 부도 위험이 없어 안전하다. 상생결제채권을 사용하면 상위 협력 기업이 부도를 맞더라도 은행으로부터 할인 금액에 대한 상환 청구를 받지 않기 때문에 연쇄 부도를 방지할 수 있다.

2019년 2월 기준 이 제도 누적 운용액은 총 310조9871억원에 이르며, 362개 구매 기업과 18만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상생 결제로 납품 대금을 지급받은 경우 그 비율만큼 하위 기업에 현금 또는 상생 결제 지급을 의무화해 2018년 상생 결제 이용이 전년 동기 대비 14.8% 증가했으며, 1차에서 2차로 결제 금액이 30.7% 증가하는 등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이 제도가 성공리에 정착하기 위해선 대기업으로부터 상생 결제를 받는 1차 협력사가 2차 협력사에도 어음 대신 상생 결제로 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그래야만 상생 결제가 대기업-1차 협력사 사이에서만 활용되는 병목 현상을 해소하고 본래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이를 독려하기 위해 정부는 2017년 말 조세특례법을 개정, 중견·중소기업이 상생결제채권으로 결제한 금액에 대해 최대 0.2%를 법인세에서 공제해 주고 있다.

어음은 미래의 일정 기일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겠다는 것을 약속한 증권이다. 약속어음은 담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의 단기 신용 창출과 현금화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자금 순환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발행 업체의 대금 지급 지연 또는 중소기업의 자금난이나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는 폐해가 오랫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것도 사실이다. 판매 대금을 어음으로 수취해 현금으로 받기까지 평균 109.7일이 걸린다는 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자금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상생 결제는 기존 대금 지급 수단의 문제를 해결해 기업의 생존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그 중요성을 띤다. 어음의 문제인 부도 위험을 완화하고 결제 기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모든 제도가 완벽할 순 없지만 효율성과 안정성 측면에서 상생결제제도 확산을 위해 많은 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

김순철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사무총장 ksc@win-win.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