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경제정책, 전면 재점검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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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 예산실은 업무가 고되기로 유명하다. 500조원에 육박하는 정부 '1년 치 가계부'를 꾸리려니 그럴 수밖에 없다.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는 말 그대로 피 말리는 시간이다. 12월에 예산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예산실 직원은 맥주 한 잔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한다.

예산실 업무가 더 힘들어졌다. 거의 매년 편성되는 추가경정예산안 때문이다. '미니 가계부'라지만 편성에서부터 국회 통과까지 들이는 노력은 본예산 못지않다. 신기한 건 요즘엔 “추경 때문에 힘들다”는 불만이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추경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추경 없인 경기 대응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정도로 경기 악화를 피부로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경기 악화는 최근 양호한 경제지표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으로 대변된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0.3% 하락'이라는 지표 하나가 모든 상황을 대변한다. 소득 양극화가 개선됐다면 그래도 위안이 되겠지만 이마저 악화했다. “하반기엔 나아질 것”이라는 정부 전망은 그대로 믿기 어렵다. 호재는 적은데 악재는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그동안 나름대로 노력했다. 본예산·추경으로 재정을 대폭 풀었고, 꾸준히 부문별 경제정책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성적표가 좋지 않다면 '근본적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경제정책을 전면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6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추가 과제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단기 대응책보단 정책 재점검을 통한 '문재인 정부 임기 하반기 경제정책' 마련이 더 시급한 것 아닐까. 문재인 정부 임기는 올해 말 반환점을 돈다. 올해가 지나면 지난날보다 남은 날이 적어진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집행 시간이 부족하면 효과를 제대로 내기 어렵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