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시스템 반도체 2030' 성공 조건

현재 3%인 팹리스 시장 점유율을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리고, 파운드리 1위 달성을 목표로 한 정부의 시스템반도체 육성 전략이 나왔다. 많은 대책 가운데 핵심은 팹리스 육성이다. 국내 파운드리 산업은 대기업 주도로 어느 정도 성과가 올라와 있다. 삼성전자는 이 분야 절대 강자인 TSMC를 추격하며 2위가 됐고, DB하이텍도 글로벌 톱10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수익을 내는 기업이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영세한 국내 팹리스업계의 경쟁력을 어떻게 끌어올리느냐가 시스템반도체 산업의 당면 과제다.

정부도 이 같은 고민을 많이 한 것으로 보인다. 민간뿐만 아니라 공공 분야에서도 시스템반도체 수요를 대대적으로 발굴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사실 수요가 없는 연구개발(R&D)은 무의미하다. 물건을 사려는 이가 없으면 이윤 창출이 불가능, 기업은 존재 가치를 잃게 된다. 이런 측면에서 민간과 공공에서 시스템반도체 수요를 적극 발굴하려는 정부 노력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실행이다. 정부는 현대모비스·LG전자 등 반도체 수요 기업과 공급 기업, 연구기관 등 25개 기관이 참여하는 '얼라이언스 2.0'을 구성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들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업무협약(MOU)으로 뭉친 사이다. 실제 완성차나 가전제품에 채택되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얘기다. 최종 납품을 위해서는 인피니언이나 퀄컴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을 뚫어야 한다.
팹리스 육성이 단지 '계획'과 구상'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중요하다. 실질적 결과물이 도출될 수 있도록 정부가 강한 의지와 추진력을 보여 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자료:청와대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0일 시스템 반도체 비전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자료:청와대 페이스북>

윤건일 전자/부품 전문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