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64>제5차원 찾기

1919년 어느 봄날 테오도어 칼루차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을 풀이하고 있었다. 문득 4차원 대신 차원을 하나 늘려 계산해 보면 결과가 어떨까 궁금해졌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자기력을 설명하는 맥스웰 방정식 그 자체였다.

몇년 후 오스카 클라인은 이 '제5차원'이 4차원 시공의 한 점 한 점 위에 존재한다고 추측한다. 훗날 이 '칼루차-클라인 이론'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여분의 차원'이 존재할 지 모른다는 상상을 가능하게 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혁신이란 무엇일까. 더 좋은 제품, 더 싸게 만드는 것은 분명 혁신이다.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조합이란 게리 피사노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제안도 그럴 듯하다.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의 김위찬 교수와 르네 모보르뉴 교수에게도 나름의 제안이 있다. 이들에게 혁신은 새로운 시장 공간을 창조하라는 것이다.

우선 두 교수가 말하는 가치곡선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제품이 주는 만족도를 항목별로 평가해서 연결한 선이다. 어떤 것은 만족, 다른 것은 불만족하면 가치곡선은 오르락내리락하는 꺾인 선이 된다. 두 교수의 혁신은 네 가지다.

첫째 기존 기업과 다른 가치를 제안하는 것이다. 기존의 개인재무관리 소프트웨어(SW)가 성능은 좋지만 비싸고 다루기 어려운 반면에 인튜이트 퀴큰은 기능은 적지만 편리하고 저렴했다. 실상 고객 대부분에게 복잡한 기능은 애당초 필요 없었다.

둘째 가치 공간을 늘이는 것이다. 블룸버그가 금융시장 정보 서비스를 시작할 무렵 대부분 경쟁사는 주식 가격이나 기업 정보만 다뤘다. 블룸버그는 비슷한 비용에 시장 분석은 물론 금융 데이터에 경제 동향까지 제공한다.

세 번째 가치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다. 지금은 흔한 메가플렉스 영화관을 버트 클레이스가 처음 내놓은 것은 1988년이다. 25개 상영관. 자리는 다리를 뻗을 수 있을 정도로 넉넉했고, 앞사람 머리나 어깨가 스크린을 가리지도 않았다. 음향과 영상은 이른바 '스테이트 오브 아트' 수준이었다.

버진애틀랜틱항공은 비즈니스 클래스 서비스를 한참 높이면서 퍼스트 클래스는 아예 없앴다. 대한항공이 일등석을 없애겠다고 얼마 전에 발표한 이것은 버진애틀랜틱이 1984년 항공 산업에 내민 도전장이었다.

네 번째 아예 가치곡선을 뒤집는 것이다. 더바디샵은 기존 화장품 기업의 관행은 무시하되 무시된 것에 집중한다. 고급스런 포장과 광고, 최첨단 과학 포뮬러, 사치스런 이미지는 모두 무시한다. 그 대신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건강한 삶을 모토로 세운다. 당연히 가치 곡선은 경쟁사와 거울에 비춘 것처럼 정반대를 향했지만 대성공을 거뒀고, 한때 '중력법칙을 위배하는 주식'이란 평까지 받았다.

물리학자 칼루차와 클라인은 우리가 보지 못하는 '여분의 차원'이란 제안을 던진다. 혁신은 어떨까. 아직 숨어 있는 혁신 차원이 있을까. 누군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만일 d를 2차원에서 회전시켜 보자. d는 p로 바뀔 수 있다. 이제 3차원 공간에서 넣고 뒤집어 보자. 이제 d는 b가 된다. 그렇다면 4차원 공간에선 어떻게 변할까. 그리고 5차원 공간에선.
경영에도 인튜이트, 블룸버그, 버트 클레이스, 버진애틀랜틱, 더바디샵이 시전한 것처럼 이런 숨어 있는 혁신 방법이 분명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