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망경]독립성(?)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재차 밝혔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의사를 재차 밝혔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최근 사퇴 의사를 재차 표명하면서 '최저임금위 독립성 확보'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고 업무를 수행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재정기획부장관이 인상 범위를 언급한 것에 대해 최저임금위 독립성 훼손 행위라고 강력히 항의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말만 들으면 최저임금위가 정부의 입김을 의식하지 않고 독립 기관으로서 최저임금을 결정했다는 것으로 비춰진다. 원칙이 그렇긴 하다.

그러나 독립적으로 판단해서 내린 결과는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률, 2년 사이에 29% 인상이라는 최저임금 폭탄이었다. 우리 기업과 경제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경제계의 지적은 무시했다. 그 결과 지난해 취업자는 9만7000명 증가에 그쳐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업률은 3.8%로 2001년(4.0%) 이래 가장 높았다. '고용참사' 원인으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1순위로 꼽힌다. 책임은 누가 져야 할까.

현 최저임금위에는 사용자, 노동자, 공익위원이 공동 참여한다. 사용자와 노동자는 의견이 상충되기 때문에 공익위원이 중간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공익위원은 정부 추천으로 선정된다. 결국 정부에 최종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저임금위 공익위원은 친노동 성향의 정부 의중이 그대로 반영된 인사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가 공익위원을 친노동 성향 인사로 일방 배치하지 않았다면 2년 연속 두 자릿수 인상이 실현될 수 있었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들은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미션을 훌륭히 수행했다. 그리고 사퇴하면서 독립성을 지켰다고 말했다. 기자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함봉균 정책(세종)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