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과학자] 빛으로 암 저격 '광역학 치료 기술' 개발... 배수진 KERI 책임연구원

빛을 이용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광역학 치료기술을 개발한 배수진 KERI 책임연구원.
빛을 이용해 암을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는 광역학 치료기술을 개발한 배수진 KERI 책임연구원.

“광역학 기술은 빛으로 암세포만 선택해 쉽고 정확하게 파괴할 수 있습니다. 기존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수술이 불가능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획기적인 치료 기술입니다.”

배수진 한국전기연구원 RSS센터 책임연구원은 전기 융·복합 광학 의료기기 분야에서 빼어난 연구 성과로 주목받고 있는 과학기술인이다. 그가 개발한 암 진단 치료용 '복강경 기반 형광영상 광역학 치료기술'은 최근 '2018 출연연 10대 연구성과'로 뽑혔다.

'광역학 치료(PDT)'는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민감제를 인체에 투여해 암세포에 축적되도록 만들고, 여기에 특정 파장의 빛을 쏘여 광민감제에서 발생한 활성산소로 암세포만 파괴하도록 유도하는 치료 기술이다.

의료계는 암수술 후 상처와 통증을 줄여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최소침습 수술', 부작용을 최소화하가 위해 암세포만 죽이는 '표적지향적 치료'를 확대하고 있다. 복부를 절개하지 않고 작은 구멍으로 복강 내 검사와 수술이 가능한 '복강경 기술', 이와 연계해 배 연구원이 개발한 광역학 치료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광역학 치료는 특히 췌장암, 담도암 등 난치암 진단과 치료에 효과적이다.

췌장암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발견해도 70~80%는 수술이 불가능해 5년 생존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배 연구원은 “2세대 광민감제를 이용한 내시경 광역학 치료는 임상시험에서 긍정적 효과를 나타냈지만 문제는 기존 내시경으로는 췌장암에 접근하기 어렵고, 치료 진행 정도도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배 연구원은 광역학 기술을 고도화해 기존 내시경 치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췌장암 표적치료용 형광복강경 및 광역학 치료시스템' 개발에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형광복강경을 활용해 기존 내시경으로 접근이 어려웠던 암 부위에 정확하게 도달한다. 또 광민감제에서 나온 형광을 실시간 추적해 암세포를 쉽고 정확하게 관찰하면서 최소침습으로 광역학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진단과 치료를 융·복합한 새로운 개념의 광 기반 의료기술, 즉 2세대 광민감제와 복강경을 기반으로 췌장암을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면서 표적 치료하는, 차세대 암치료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동성제약은 이 기술을 이전받아 '형광 복강경 진단시스템 및 광역학 치료 레이저 기술'을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대체 치료법이 없었던 췌장암 환자의 생존율 향상뿐 아니라 광 기반 치료 기술의 임상 적용 개척과 관련 의료시장 선점이 기대된다.

배 연구원은 “기술이전 기업과 의료기기 제품화와 인증, 수출 시장 개척에 협력해 광역학 의료기술 사업화 기반을 마련했다”면서 “첨단 의료기기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광민감제 약제 응용을 비롯한 융합 의료시장 확대와 암 치료 신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