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북이걸음 의료AI, 이대로는 미래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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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의료 인공지능(AI) 활용 측면에서 중국에 한참 뒤진 것으로 지적됐다. 중국 의료기관의 AI 도입·활용률이 우리나라의 30배를 웃도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과 중국의 의료 시장 규모 및 환경이 다르고 AI가 의료정보화의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꽤나 충격적인 소식이다. 우리 의료 산업이 기술력에서는 뒤지지 않지만 규제에 발목을 잡힌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중국은 지난해 AI 기반 무인진료소 확대 등을 담은 인터넷·의료건강 발전 정책을 수립했다. 국가 차원에서 AI 의료 활성화를 지원하며 성과를 거뒀다. AI 의사가 영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무인진료소'도 지난해 문을 열었다.

중국은 세계에서 인구가 가장 많고 국토가 네 번째로 넓다. 특성상 온 국민이 의료서비스를 제때, 손쉽게 누리기 어려운 환경이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고민을 AI 등 정보통신기술(ICT)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하다.

우리나라는 AI에 대한 높은 관심도에 비해 의료 분야 활용률은 크게 떨어지는 편이다. 국내 병원 가운데 의료 AI를 활용한 곳은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도입에 따른 의료수가가 정비되지 않아 의료기관이 AI를 활용하기는 어려운 환경이다. 의료 AI의 주요 활용처가 될 원격진료는 규제의 허들을 넘지 못한 채 논의만 반복하고 있다.

중국이 과거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와 휴대폰 분야에서 격차를 좁힌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이제 중국은 AI처럼 미래 신성장 동력 분야에서도 한발 앞서 나가는 모습이다. AI는 단순히 기술에서 끝나지 않고 빅데이터와 결합한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 서비스 활성화가 늦어지면 AI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경쟁력도 떨어진다. 기술만 개발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거북이걸음에 머문 국내 의료 AI 수준에 우려가 크다.

정부는 의료 AI 서비스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하루 빨리 혁파해야 한다. 의료기관도 더욱 적극 새로운 서비스 도입에 나서야 한다. 의료 AI는 산업 발전뿐만 아니라 국민 편익 측면에서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