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ICO 위헌 소송에 "공권력 행사 아냐"...부정적 시각은 여전

암호화폐공개(ICO) 금지 방침 등 위헌 확인 소송에 금융당국이 '공권력을 행사한 적 없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확인됐다. ICO를 직접 금지한 적은 없다는 게 금융당국 측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금융상품이 아닌 암호화폐로 자금을 모집하는 것은 기업공개(IPO)와 달리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점은 명시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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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정부법무공단을 통해 헌법재판소 제3지정재판부에 '암호화폐공개 금지 방침 등 위헌확인 소송(사건번호 2018헌마1169)'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11월 프레스코가 국내 최초로 ICO 금지 위헌 소송을 제기해 같은 해 12월 말 본 재판부에 회부된 지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금융위원회가 의견서를 낸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프레스코가 법무법인 광화를 통해 제기한 이번 소송에 대해 기본권 침해가 존재하지 않으며, 기본권 제한이 일부 있을 지라도 과잉금지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며 '기각' 의견을 제시했다.

이번 소송의 부적법성 이유로 '공권력 행사의 부존재'를 들었다.

방침 자체로서 법적 구속력이나 외부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공권력 행사에 해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ICO가 자본시장법상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면 불법이며, 각종 범죄 수단으로 악용될 위험성이 높기에 현행 법령상 ICO가 금지될 수 있음을 안내한 것으로 주장했다.

또, 암호화폐를 재산권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도 명시했다. 재산권은 그 내용과 한계가 법률에 의해 형성되는 만큼 ICO 운영에 관한 권리가 법률에서 형성된 후에야 권리로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자본시장법상 요건을 따르는 IPO와 달리 ICO는 투자자 보호 절차가 없어 제도화해줄 수 없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한국은행과 세계 각국에서 암호화폐를 화폐나 통화로 인정하지 않는 점을 인용했다. 금융상품이 아닌 온라인상 문자 증표로 자금을 모집하는 것은 피해를 양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ICO를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이에 업계는 금융당국이 최근 암호화폐 업황 변화를 전혀 반영하지 못했다고 반발했다. 민간기업,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은 ICO 해외 입법 사례를 검토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이 보이지만 금융위원회는 그럴 의지조차 없는 것 같다는 게 업계 입장이다.

올 초 일본 금융청은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한 ICO 규제안을 마련했다. 미국도 증권법 규제를 따르는 ICO는 허용하고 있다. 나아가 아랍에미리트는 ICO를 증권으로 분류, 합법적인 기금 조성 수단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이번 정부 의견서에는 ICO를 전면 금지한 중국의 사례를 들며 '세계 각국이 ICO에 대한 규제 감독을 강화하는 추세'라고 평가했다.

이번 소송의 청구대리인 박주현 법무법인 광화 변호사는 “정부가 미국 등 선진국에서 입법을 어떻게 준비하는지 최근의 트렌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에 대한 (프레스코 측) 의견서를 이달 중으로 제출한 후 공개변론까지 가능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