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韓 RE100 참여 기업, 해외보다 경제적 부담 커"

한경연 “韓 RE100 참여 기업, 해외보다 경제적 부담 커"

우리나라 RE100(Renewable Energy 100%) 참여 기업이 미국·독일·영국·일본 등과 비교해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연구 결과가 처음 나왔다. 정부가 RE100 기업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경제성을 확보하고 세금·부과금 혜택 등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전경영연구원은 최근 'RE100 관련 글로벌 동향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내용을 포함했다. 김지희 선임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크고 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높은 점을 감안할 때 RE100 참여 기업 경쟁력과 경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100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소비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캠페인이다. 앞서 정부는 민간기업 RE100 이행 기반을 마련해 재생에너지 투자를 확대하고, 글로벌 기업의 친환경 제품 생산 요구에도 적극 대응한다고 밝혔다.

구글·애플·BMW·폭스바겐·지멘스·후지쯔 등 171개 글로벌 기업이 RE100에 참여하고 있다. 이 중 75%는 미국·유럽 기업이다. 이들 기업이 쓰는 전기 56%는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 일본·중국·인도 등 RE100에 참여한 아시아 기업은 13곳으로 늘었지만 우리나라 기업의 참여 사례는 여전히 전무하다.

RE100에 동참한 애플·BMW·폭스바겐 등 글로벌 기업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LG화학 등 국내 기업과 거래에서 재생에너지 전력사용을 조건으로 지속 요구하고 있다. 업계도 대응·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2020년까지 미국·유럽·중국 등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연구원은 경제·제도·산업 측면에서 국내기업 RE100 참여 여건이 비우호적이라고 진단했다. 재생에너지 균등화발전비용(LCOE) 대비 낮은 전력 소매요금 구조 외에도 발전사·소비자간 전력 직거래가 불가능하다. RPS 공급의무자(발전사)만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구매가 가능하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LCOE는 초기투자비·연료비·운전유지비 등을 고려해 추정한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비용이다. 또 '저(底)비용 다(多)소비' 산업용 전기소비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독일과 일본 산업용 전기요금은 1㎾h당 각각 162원, 170원이지만 한국은 111원 수준이다. 반대로 우리나라 LCOE는 월등히 높아 RE100 참여 기업이 기존 전력 구매비용 대비 최대 71%가량 높은 비용을 써야하는 구조다. 구글·애플·마이크로소프트가 RE100 이행 시 기존 전력 구매비용 대비 약 15% 절감하는 것과 극명히 대조된다.

이 밖에 연구원은 미국 등 RE100 선도국은 재생에너지 투자세액공제(ITC)·생산세액공제(PTC) 등 세액감면 제도를 중심으로 관련 제도를 육성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별도 세액감면 혜택이 없는 점을 풀어야 할 과제로 꼽았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