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방송시장 구조개편, 지역성 강화 기회로 삼아야

송종현 선문대 교수
송종현 선문대 교수

국내외 방송 시장 생태계 변화가 심화되고 있다. 플랫폼 영역 내 경쟁만으로는 급변하고 있는 방송 시장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도래함에 따라 수평 결합 이외에도 영역을 넘나드는 수직 결합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미국 케이블TV사업자 컴캐스트가 콘텐츠 기업 NBC·유니버설·드림웍스애니메이션과 영국 위성방송 스카이를 인수했고, 통신사업자 AT&T는 위성방송 디렉TV와 콘텐츠 기업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등 예상을 뛰어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도 IPTV 시장 확대 전략과 케이블TV 출구 전략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이종사업자 간 결합이 주목받고 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 SK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합병을 각각 추진하고 있다. 유료방송 시장 합산 규제 재도입 향방에 따라 KT, 딜라이브 등의 거취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료방송 인수합병(M&A)은 크게 두 가지 이슈를 제기하고 있다. 하나는 기업 간 결합에 따른 공정 경쟁 문제, 다른 하나는 케이블TV에 있던 지역 사업권과 지역성 가치 구현 문제이다. 공정경쟁 이슈는 공정거래위원회가 M&A 심사에서 어떤 논리로 시장 경쟁 상황을 판단할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2016년 심사에서 권역별 과도한 시장 지배력을 근거로 승인을 불허한 바 있기 때문이다.

지역성 이슈는 통합방송법안에 지역사업권과 전국사업권을 택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는 상황에서 전국사업자인 IPTV가 케이블TV를 M&A한 이후에 지역사업권이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돼 있다. 그러나 IPTV의 케이블TV M&A 본질은 IPTV 사업자가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지위를 획득하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M&A를 통해 케이블TV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사업 주체만이 변경될 뿐 방송법에 의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여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서 케이블TV를 M&A하는 IPTV사업자는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지역사업권 및 지역채널 운영 의무를 자동 승계해야 한다. M&A 이후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로 전환시키는 방법을 통해 케이블TV 서비스가 무력화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유료방송 전반에 대한 정책 재조정이 전제되지 않는 한 현실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지역성 가치 훼손에 대한 우려보다 유료방송 시장 구조 개편을 계기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 지역채널을 통한 지역성 강화 방안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케이블TV 지역채널은 지역뉴스와 선거방송 등을 통해 지역 공론장 형성에 기여함으로써 지역지상파 방송보다 촘촘한 지역성 실현에 적합한 매체로 평가받을 수 있다. 또 지진, 산불 등 재난 상황에서 어떤 매체보다 신속하게 재난방송을 지속한 사례 등을 통해 지역채널 기능과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유료방송 규제 개선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IPTV의 케이블TV M&A 과정에서 지역채널의 독립 및 안정 운영 방안, 지역콘텐츠 투자 계획 등을 심사 항목에 포함하고 필요 시 승인 조건으로 부과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또 지역채널을 지역방송 범위에 포함시키는 내용도 긍정 검토할 계획임을 발표했다.

정부의 이러한 계획이 M&A를 통해 그동안 간과돼 온 지역채널 위상을 강화하고 명실상부한 지역 방송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게 추진돼야 할 것이다. M&A 이후에도 점검을 지속하는 등 일관성 있는 지역성 정책이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송종현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sch2182@sunmo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