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52>혁신사업을 보는 사회적 기준 생각해 볼 때다

[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52>혁신사업을 보는 사회적 기준 생각해 볼 때다

승합차 공유서비스를 두고 벌어진 논쟁이 격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지난 22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타다' 서비스로 택시업계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재웅 쏘카 대표에게 “무례하고 이기적이다”라는 의례적이지 않은 지적을 했다. 실상 이 대표는 기획재정부 산하에 설치된 '혁신성장본부' 민간본부장을 맡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자난해 말 “한계를 느꼈다”며 본부장직을 사퇴한 바 있다.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나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설전을 벌이며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 상황을 따져보면 이 대표는 적게는 승차공유서비스, 다소 일반화한 혁신 사업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사회 협의 또는 합의 과정이 필요하다는 정부 시각에 대해 혁신 의지가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이해당사자 가운데 생각할 거리가 많은 정부와 마음 급한 혁신 사업자 간 이견으로 치부할 수도 있는 이 논쟁에 김정호 베어베터 대표가 가세하면서 한번 진지하게 따져 봐야 할 문제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잘 알려져 있듯 이 대표가 인터넷 포털 '다음'의 창업자라면 김 대표는 네이버 공동 창업자의 한 명으로서 그 자신이 창업가이자 혁신 사업자라 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운영하고 있는 베어베터는 발달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사회적 기업이기도 하다.

언론에 소개됐지만 김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는 “최소한 같은 기준으로 경쟁해야 한다”면서 “개인택시도 1000명이 1000억원을 투자하지 안했으면 더 싸게 운행할 수 있다”며 다른 시각을 보여 준다. “4차 산업혁명이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날로 먹으러 들면 안 된다. 누군 혁신가 아니냐”라는 날선 비난도 이 같은 시각차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듯하다.

최 위원장이 “피해를 보는 계층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문제를 다루는 데 사회 합의가 필요”하다는 언급과도 다소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다. 정작 금융위원회가 주무 부처는 아니지 않으냐는 반응도 있은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금융위의 경우 최근 혁신 금융 서비스를 지정하면서 자칫 이 같은 혁신이 기존 사업자나 생태계를 낙오자로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일로 자칫 혁신 사업자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동시에 이번 논쟁을 기화로 혁신 사업을 보는 사회 기준을 생각할 때가 됐다. 분명 혁신 신사업을 수용하지 않고서는 우리가 글로벌 산업을 따라갈 수 없다. 자칫 우리 혁신 기업의 발목을 잡아 두고 있는 동안 우리 경제가 4차 산업혁명 후진국이자 심지어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동시에 어떻게 우리가 이 같은 변화를 어떻게 수용해 갈지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이나 컨센서스 없이 사안별로 좌충우돌해서도 안 된다. 특히 이번 논쟁을 통해 우리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은 결국 혁신 사업이 만드는 기업과 사회 편익을 어떻게 가름하고 인정해서 수용할 것인가에 있다. 김 대표가 던진 화두는 “혁신 사업이 제공하는 소비자 편익이 우리가 이것을 수용하는데 충분한 전제 조건인가”라는 질문이 아닐까 한다.

분명 4차 산업혁명은 기회와 더불어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적응 시간과 비용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한 전문가는 4차 산업혁명의 상흔이 과거 산업혁명 때처럼 깊지는 않을지 모르지만 훨씬 넓을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번 택시업계와 타다를 둘러싼 험하고 날선 논쟁에 분명 의미가 있다. 결국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기술 변화만큼이나 사회 시스템 변화와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정·합의 기제가 요구된다는 점을 깨달은 셈이다. 비록 생각할 거리가 많겠지만 이 사안을 다루는 정부의 시간표가 마음 급한 혁신 사업자가 보기에 너무 느긋하지는 않아야 하겠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