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애플용 OLED 라인 E6-1 가동 '삐걱'…속내는?

LG PRI 장비 성능 문제로 중단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 전경 (사진=LG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납품할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생산하는 파주 E6-1 라인을 시험 가동하다가 사실상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E6-1 라인에서 먼저 양산한 뒤 E6-2를 후속 가동하는 일정이었다.

2일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E6-1 라인은 현재 성능 문제가 발생한 일부 장비를 개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에 제공할 샘플을 E6-2에서 만들고 양산도 E6-2가 먼저 시작하게 될 것으로 파악된다. E6-1에서 생산을 준비하던 일부 모델도 E6-2로 이동했다고 알려졌다.

성능 문제가 지적된 부분은 E6-1 전공정 파트다. E6-1은 아직 정식 양산을 시작하지 않아 수율을 거론하기 힘들지만 특히 증착한 유기물을 보호하는 박막봉지공정에서 요구 수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 현재 박막봉지공정에 사용하는 장비 일부를 개조해 성능을 끌어올리고 문제를 개선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E6-1과 E6-2는 일부 공정에서 다른 장비가 적용됐다. 전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증착기는 일본 캐논도키 장비를 동일하게 사용한다. 하지만 박막봉지공정에 해당하는 유기막 형성 장비는 E6-1에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PRI), E6-2에 미국 카티바 장비가 각각 적용됐다. 무기막 형성용은 두 라인 모두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장비를 주로 사용한다.

업계에 따르면 LG PRI 장비가 성능 미달 문제를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잉크를 분사하는 노즐 등이 생산에 부적합한 결과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와 LG PRI가 함께 문제를 분석하고 문제되는 부분을 개조하고 있다.

LG PRI가 플렉시블 OLED용 봉지장비를 양산 라인에 공급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LG디스플레이 E5 라인에 공급했으며 E6-1에도 납품했다. 이 외에 레이저어닐링(ELA), 플렉시블 필름용 레이저 커팅 장비를 LG디스플레이와 해외 일부 패널사에 공급한 경험이 있다.

애플은 자사 제품을 생산할 공장과 제품 완성도에 대해 상당히 까다로운 주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생산에 사용하는 장비 사양과 제조사를 지정하는 것은 물론 생산 책임자 등까지 요구하기도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가 LG PRI 장비를 생산라인에 포함시켜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고 애플 측에 제안했고 어렵게 합의를 끌어낸 것으로 안다”며 “E6-2에 PRI 장비 대신 삼성디스플레이에서 검증받은 타사 제품을 적용한 것을 보면 추후 발생할 여러 가능성에 대비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LG디스플레이가 무리하게 LG PRI 장비를 채택했다가 탈이 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LG PRI는 그룹 전체 기술력 향상과 구매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한 계열사다. 중국 티안마에 ELA 장비를 소량 수출했지만 이후 중국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에 주요 공정 장비를 지속 공급하고 있다.

LG PRI가 LG디스플레이 주요 협력사를 대상으로 LGD가 아닌 LG PRI와 공급 계약을 맺어야 LGD에 납품할 수 있다는 논란도 불거진 적이 있다. 협력사 입장에서는 제품 마진 일부를 LG PRI가 가져가므로 수익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LG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LG화학과 LG전자도 LG PRI를 거쳐 장비 일부를 구매한다.

이에 대해 LG PRI는 “LG 계열사들이 비싸게 구매해온 제품 가격을 합리화해 구매 효율성을 높인 것”이라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율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는 만큼 특정 한 장비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다”며 “하지만 그동안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불만이 업계에서 꾸준히 나왔고 생산 현장에서는 성능 불만이 제기돼온 만큼 문제를 투명하게 해결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LG디스플레이 측은 “E6-1과 E6-2에서 각기 다른 모델 생산을 준비해왔다”며 “모델 사양에 따라 생산 일정이 달라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