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담뱃갑 경고그림 도입은 '실수'였다"...스웨너 오타와대 교수

13일(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6회 글로벌 니코틴 포럼(GFN)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웨너 교수.
13일(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6회 글로벌 니코틴 포럼(GFN)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웨너 교수.

“(세계 최초로 담뱃갑에 경고그림 도입 정책에 일조한 것은)실수라 생각합니다. 경고그림 도입은 금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효과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금연정책 분야 최고 전문가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스웨너 캐나다 오타와대 법학부 교수는 한국 정부가 담뱃갑 3분의 2 이상에 경고그림 도입 정책을 추진중인 것에 대해 “대체재를 준다면 괜찮지만 그렇지 않다면 우려스럽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단순 이미지를 키우는 것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은 결국 더 해로운 일반 궐련 담배를 다시 피우게 하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스웨너 교수는 1980년대 초부터 담배 및 보건정책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다. 국제암예방연맹, 세계보건기구(WHO), 범미국보건기구 등 많은 단체들과 협력해 담배 정책과 관련한 세계적인 선례를 만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특히 그는 2001년 캐나다에 세계 최초로 경고그림을 도입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세계 105개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비가격 금연정책이지만 이를 도입한 장본인이 정책 실효성에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스웨너 교수는 “누군가에게 경고할 때는 대체·대안을 소개 해야했지만 단순 그림만으로 경고를 줬다”며 “담배가 얼마나 건강에 나쁜지에 대해 메시지를 넣고 리스크 차이를 줬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부분은 잘못됐다”고 입장을 밝혔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픈 사람에게 독성이 있는 음식을 주며 다른 음식을 제공하지 않으면 배고픈 이들은 결국 독성이 있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음식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한 사고가 많이 나는 위험한 길이 있지만 그 길을 건너여만 하는 사람에게는 사망자가 많다는 단순 경고 표시로는 효과가 없어 지하도나 다리 등 다른 선택지를 줘야 한다는 논리다.

13일(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6회 글로벌 니코틴 포럼(GFN)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웨너 교수.
13일(현지시간)부터 15일까지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6회 글로벌 니코틴 포럼(GFN)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데이비드 스웨너 교수.

많은 나라가 경고그림을 도입하고 있는데 효과가 있지 않았냐는 질문에도 그는 “어느정도 효과는 볼 수 있지만 그것은 쉽게 금연할 수 있는 일부 사람에 한정된 것”이라며 “경고그림 도입 정책은 다른 흡연자들이 대체재 없이 흡연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스웨너 교수는 한국 담배 시장과 금연 정책에 관심이 많았다. 인터뷰 도중 한국 기획재정부의 담배 판매량 추이와 금연율 등을 볼 수 있는 사이트 주소 등을 알려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한국 담배 시장 40%가 대체 상품으로 바뀔 것으로 전망했다고 한다. 그 배경으로 한국은 기술 발전이 빠르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을 좋아하는 시장이라는 특성을 꼽았다.

하지만 그는 “한국 정부가 대체상품이 궐련 담배에 비해 덜 유해하다는 것을 홍보하지 않고 있고 이것이 대체상품 증가율이 크지 않는 원인으로 보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더 나은 정책 활용한다면 흡연율을 현재의 50%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WHO 같은 국제 기관에서 일반담배와 대체 상품을 구분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며 “한국이 대체상품 등의 도입 등 정책 변화로 흡연율 감소라는 성과를 보인다면 세계적으로 좋은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