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55>3기 청와대 경제팀이 답해야 할 것

<전자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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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청와대가 경제정책 라인을 전격 개편했다. 김수현 전 정책실장이 사회수석에서 자리를 옮긴 지 고작 7개월, 윤종원 수석도 1년밖에 안 된 탓인지 언론은 '전격' 또는 '깜짝 인사'라는 수사를 달아 소식을 전했다.

인사 결과 김상조 전 공정거래위원장과 경제 관료인 이호승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각각 정책실장 및 경제수석비서관으로서 청와대 경제팀을 이끌게 됐고, 언론도 이번 인사가 향후 정부 경제정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자못 궁금해 하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2기 경제팀을 맡은 김수현 전 실장은 1기 경제팀인 장하성 전 실장과 홍장표 전 경제수석 시절에 사회수석으로 있었다. 당시 경제·산업 정책에도 깊숙이 관여한 만큼 이번 교체가 '소득주도성장'으로 대변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입안한 1기 경제팀의 퇴진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물론 김상조 신임 실장 역시 2017년 6월부터 공정위 위원장을 맡아 왔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 틀을 지금처럼 갖추는 데 기여한 바 있지만 아무래도 방점은 이른바 '공정경제'에 치우쳐져 있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기존 경제정책 기조를 이어 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로 보면서도 다른 한편에서는 1기 경제팀의 그늘에서 벗어나 소득주도성장에 유연한 해석을 열어 둔 것 아니냐는 시각도 가능하게 한다.

이유야 어쨌든 3기 경제팀에는 시급한 과제가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답답한 경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 정책의 청사진을 속히 제시해야 할 테고, 무엇보다 경제 관료를 이끌고 나갈 전문성과 정책 조정 능력도 첫 몇 달 사이에 보여 줘야 한다.

그러나 이번 경제팀에 가장 부담스러울 것은 소득주도성장을 지금 같은 철학과 기조로 밀고 갈 것인지 유연성을 발휘해 이른바 '파인 튜닝'을 할지다.

특히 2기 경제팀이 시종일관 경제 낙관론으로 일관하다 결국 이달 들어 “세계 경제 둔화와 함께 우리 경제 성장세도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밝혀야 한 점도 새 경제팀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자칫 큰 정책 변화를 모색하는 듯 보인다면 경제정책 실패란 비판이 거세질 수도 있는 만큼 따져봐야 할 것이 많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새 경제팀에 바라는 것은 기존의 소득주도성장을 다소나마 유연하게 해석함으로써 보다 효과 높은 정책 포트폴리오 구축이 가능하도록 선택지를 넓히고, 혁신 성장과 연계한 통합 성장 전략을 고려했으면 하는 점이다.

실상 여태껏 많은 전문가가 기대한 것도 소득주도성장을 보다 유연하게 해석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소득주도성장 자체를 타당하지 않은 정책이라 비판하는 전문가도 있지만 소득이 국민경제를 견고하게 하는데 중요한 요소이고, 어떻게 우리 경제가 이 과정을 지속 가능하게 할지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정책 제안으로써의 가치마저 근거가 없다고 볼 필요는 없다.

소득주도성장 해법을 혁신성장과 연계와 통합에서 찾아볼 필요도 있다. 물론 혁신 성장을 바라보는 학계와 전문가 시각도 규제 혁신과 기술 개발을 통해 기업 혁신을 촉진해야 한다는 시각부터 재벌 개혁을 포함한 구조 개혁을 통해서야만 혁신 유인이 가능하다는 인식까지 무척이나 다양하다. 이 또한 쉬운 선택은 아닐 테지만 소득주도성장을 지속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를 여기서 찾아낼 수 있으리라 본다.

새 청와대 경제 라인에 남겨진 과제가 많다. 그동안 여러 정부가 생경한 용어들로 자신의 철학을 설명했지만 경제가 작동하는 기본 원리와 정책의 운영 원칙만큼은 그제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아닐 것이다. 수행 과정에서 어떻게 유연성을 발휘하고 혁신 성장을 활용할 것인가는 3기 경제팀이 답을 찾아야 한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동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