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장애 논의, 검열로 번지지 말아야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폭력성 게임은 올림픽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입장입니다. e스포츠가 2024년 파리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최근 만난 프랑스 e스포츠협회 관계자의 전언이다. 프랑스는 파리올림픽유치위원회 시절부터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화를 타진했다. 젊은 세대의 시선을 올림픽에 붙잡자는 의도다.

이보다 앞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몇몇 게임을 시범 종목으로 채택했다.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화가 멀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기 높은 대부분의 e스포츠는 총싸움 등 전투를 소재로 한다.

'폭력성'이란 단어는 공적 시선이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잘 드러낸다. '선정성'도 마찬가지다. 최근 이뤄진 WHO 게임장애 질병화는 '중독성'이란 비판을 하나 더 추가하게 될 것이다.

게임이 즐기는 사람을 대상으로만 존재할 때 '폭력성' '선정성' '중독성'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룰과 문화가 이를 묵인하기 때문이다. 게임을 정기적으로 즐기는 사람들 가운데 이 같은 비판에 고개를 끄덕일 이는 거의 없다.

그러나 게임이 제도권과 대중의 한가운데로 나아가려는 순간 바로 이 장벽에 부닥치게 된다. 게임업계에서는 '편견'이라고 부른다. 아직까지 게임을 즐기는 이들과 세상 눈높이 차이가 크다.

특히 질병 판정과 연계되는 게임장애 문제는 이 같은 편견을 양분 삼아 콘텐츠 검열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e스포츠의 올림픽 종목화가 돼도 그만 안 돼도 그만인 이슈라면 의료계가 뛰어든 게임장애 문제는 '중독성 강한 콘텐츠'를 단속하라는 요구와 만날 것이다.

이미 일부 단체 중심으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에게 몰입과 중독을 구분해 낼 기준은 중요하지 않다.

이해관계자들이 엮이는 데다 사회 문제를 공론화하고 중재해야 한다는 정부 강박이 겹치면 게임 콘텐츠를 통제하려는 검열의 손길이 부활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기가 어렵다.

게임장애 질병화의 국내 적용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가 곧 구성된다. 협의체는 처음부터 명확히 역할을 정해야 한다. 질병화를 지렛대로 게임 산업 전반에 손을 댈 것이 아니라 과몰입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에만 집중해야 한다.

김시소 게임/인터넷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