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디지털 혁명이 다가온다

[ET단상]디지털 혁명이 다가온다

애플리케이션(앱) 하나로 모든 은행의 입출금을 가능하게 해 주는 오픈뱅킹이 10월부터 은행권 중심으로 시범 가동된다. 오는 12월 전면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핀테크 기업과 다른 은행에도 고객의 금융 정보 접근이 가능하게 된다. 이로써 은행이 핀테크 기업과의 무한경쟁을 본격 맞게 된다.

오픈뱅킹은 제3자가 API 등을 통해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고객의 금융 정보에 안전하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금융기관이 독점 보유해 오던 데이터에 제3자의 접근이 허용되면서 금융 산업 내에서는 경쟁 촉진 효과가 있다.

시대 변화에 맞춰 금융 인프라는 기존 폐쇄 형태를 보이던 부분을 전면 개방해 모든 은행과 결제사업자가 편리하게 사용하고, 수수료도 현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저렴하게 전 국민 대상으로 금융결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EU)의 경우 지난해 1월 지불 서비스 법안인 PSD2를 시행하면서 지급개시대행업자(PISP)와 계좌정보제공업자(AISP)를 포함하는 '제3자 지급결제대행업자'(TPP)를 규정하고 법률 근거를 마련했다. 제3사업자가 모든 금융기관의 고객 정보에 접속해 자산관리 및 지불결제를 대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금융감독원 격인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2019~2020 비즈니스 플랜을 발표하며 오픈뱅킹을 넘어 오픈파이낸스를 화두로 던졌다. 영국의 경우 2018년 1월 오픈뱅킹을 도입했으며, 현재 오픈뱅킹을 넘어 오픈파이낸스로 도약하는 단계에 있다. 우리는 지름길 전략으로 오픈뱅킹 도입과 동시에 오픈파이낸스 개념인 마이데이터 사업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개별 금융기관이 금융 거래 주체였다면 오픈뱅킹이 시행되면 권리 주체가 소비자 중심으로 급격히 이동할 것이다. 그동안 은행이 우위에 있던 대 고객 관계에서 고객에게 적합한 상품과 혁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들의 시장 진입으로 인해 고객 접점 상실과 주거래 은행 개념이 엷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뱅킹과 마이데이터 산업이 어떠한 형태로든 금융 산업에 혁신을 가져다 줄 것은 명확하다.

그러나 법과 규제가 소비자 니즈 및 기술 혁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은행과 핀테크 기업 등 업종 간 갈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표준화, 거버넌스, 정보보호 부문의 빠른 요건 정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 소비자 중심의 마이데이터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당연히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진입장벽이 없어야 한다.

그동안의 보안이 닫혀진 상태의 보안이라면 오픈뱅킹 시대의 보안은 열린 상태의 보안이다. 오픈뱅킹 시대를 맞아 새로운 형태의 보안 정책이 필요하겠지만 이러한 보안 정책이 핀테크 기업에 진입장벽이 되면 안 될 것이다.

잔잔한 호수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처럼 수면 아래서는 수많은 발길질을 하면서도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고객에게 편안함과 우아함을 선사할 수 있는 길을 끊임없이 모색해야 한다.

우리 경제 구조는 수출 지향성을 띠고 있다. 내수 시장이 제한돼 있어 국내 경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국내 핀테크 기술은 기술 또는 소비자 경험 측면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다. 오픈뱅킹과 오픈파이낸스 성공 사례가 대한민국 금융이 글로벌 표준화되는 굉장한 일이 벌어지길 기대해 본다.

고정현 우리은행 정보보호그룹장(CISO) doctorg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