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경제의 자유를 허하라

[데스크라인]경제의 자유를 허하라

요즘 정국이 뒤숭숭하다. 집권 3년차를 맞은 정부가 대내외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특히 민생과 국민건강 관련 우리 사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선제적 조치도 아쉽다. 뒷북행정 느낌이 강하다. 여당 원내대표와 청와대 전 정책실장이 주고받은 4년차 정부로 인식될 정도다. 청와대는 행정부 고위 관료들의 복지부동을 지적한다. 공무원 조직 내 불신도 쉽사리 해소되지 않고 있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떡밥을 주지 않는다'라는 우스개가 있다. 경제성 측면에서도 플러스 효과가 적다. 그물 속 물고기들은 아우성친다. 추가로 맛있는 밥을 주지 않으면 탈출을 시도한다. 줄 만큼 줬다는 낚시꾼과 물고기 간 인식 차는 갈등을 불러온다. 실제로 현 정부의 지지 기반이던 노동계가 들썩이기 시작했다. 5월 이후 집단 목소리는 봇물이 터진 듯하다. 버스 파업 예고를 시작으로 건설 현장을 상징하는 타워크레인 파업도 마찬가지였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노동계 요구 사항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비정규직의 단체 행동도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이 도시락이나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급식대란도 발생했다.

안이한 대응은 국내 문제뿐만이 아니다. 외교적으로는 더 심각하다. 차이나리스크와 재팬리스크가 그것이다. 중국은 1년 넘게 한국게임 판호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설치 갈등 후 2년이 흘렀다. 우리 게임의 수출이 영향을 받고 있다. 게다가 네이버, 다음 등 포털 통제 수준도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간만이 약일까. 리스크 수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재팬리스크다. 불편한 한·일 양국 관계가 경제전쟁으로 비화됐다. 일본의 경제 보복은 한·일 관계를 극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쯤되면 총성 없는 전쟁이다. 수출 효자 종목인 반도체의 생산 차질은 우리 경제에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상황 예상이 충분히 가능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판결이 나왔을 때 대응 시나리오가 있어야 했다. 지난해 말부터 일본의 수출 규제 소문이 나돌았다. 올 3월에도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이 보복 조치를 언급하지 않았는가. 일본은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으로 옮겼다. 우리 정부의 위기 대응에 비판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지금은 '스트롱맨 리더십' 시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중·일도 강 대 강으로 대치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강한 일본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주석 역시 미국과의 통상 협상에서 한 발짝도 물러섬이 없다. 이 때문에 화웨이 통신장비, 희토류 수출 등 외교발 돌발 변수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당분간 우리 기업 활동에는 제약이 불가피해 보인다. 주요 열강이 패권 장악을 위해 이 같은 정책 기조를 이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정치 외교에서 촉발된 리스크가 등장할 개연성이 높다. 외교발 '신 무역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이제 나라별 '자원의 무기화'는 시간문제다.

우리나라 기업인에게 측은지심이 든다. 중국에서 막히고 일본에서는 화풀이를 당했다. 연일 정부와 최고경영자(CEO)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보이지 않는다. 기업체 사장들은 당장 공장 가동을 위해 긴급히 현지를 찾고 있다. 부품소재 재고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운영하는 사장이 애국자라는 말을 실감한다. 이제는 정치가 경제를 놓아줄 때다. 우리 행정부도 좀 더 면밀한 대처 시나리오를 작성해야 한다. 예고된 인재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