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73>스케일업 지향 혁신

스케일업. 사전은 크기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간단히 설명한다. 어원은 201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성장 기업'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훗날 영국 창업가이자 엔젤투자자인 셰리 쿠투가 이들을 스케일업으로 지칭하면서 유행어가 됐다. 쿠투는 미국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글로벌 기업이 된 스타트업이 많은데 왜 영국에선 그렇지 못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이 함정을 '스케일업 갭'이라 부른다.

기업은 모두 일정한 성장 과정을 거친다. 누구는 가족, 씨족, 부락, 도시, 국가로 구분하기도 한다. 성장은 멈출 수 있다. 그렇지 않으려면 스케일업은 필수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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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투 말대로 왜 기업은 스케일업에 실패할까. 스케일업에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있다. 스타트업과 스케일업의 분명한 차이는 제품 시장의 적합성이다. 스타트업이 '무엇이 최적인지 알아내기' 위한 실험이라면 스케일업은 고객, 수익 모델, 가치 전달 방법이 명확해야 한다.

대부분의 스케일업 기업들은 첫 두 가지는 거의 완벽하게 해낸다. 핵심 고객은 분명하고, 시장 세분화도 마쳤다. 고객 획득 비용과 전략도 마련해 뒀다. 얼마를 투자하면 무엇을 얻는지도 안다. 이렇게 스케일업의 모든 가정을 검증한 듯 보인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케일업은 실패한다.

공교롭게도 많은 스케일업이 가치 전달 방법을 외면한다. 여기에는 원인이 있다. 대개 모든 스타트업은 제품 아이디어에서 시작된다. 이 첫 제안은 정교해지지만 정작 여기에 서서히 매몰된다. '고객 가치에 어떤 보틀넥이 있나'라는 근본에 관한 질문도 서서히 뒷자리로 밀린다. 다른 전달 방법은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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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케이먼 같은 발명가조차 비켜 가지 못했다. 그가 착안한 세그웨이는 소니 워크맨에 비견될 정도의 발명품이었지만 결국 시장에서 실패했다. 5000달러나 내고 구입할 고객이 많지 않았다.

많은 경영 구루가 스케일업에 주는 조언은 상식과 반대다. 소비자에게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일까를 끊임없이 따져 보라는 것이다. 힐티는 '고객이 원하는 것은 전동공구가 아니라 구멍이다'라는 유명한 해답을 찾았고, 게토레이는 탈수 방지 음료란 고객이 원하는 것 가운데 단지 하나일 뿐이라는 점을 깨달았을 때 다시 한 번 성장할 수 있었다.

아마존이 데이팅 사이트로 시작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에어비앤비가 당신이 오늘밤 내 하숙집에 잠시 머물겠다면 공기침대와 아침식사 대신 타르트를 내놓겠다는 제안이었다는 점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스타벅스는 커피 원두를 볶아 파는 소매점으로 시작했고,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춘 것은 세 명의 동업자가 허먼 멜빌의 해양 소설 '모비딕'에 등장하는 피쿼드호 일등항해사 스타벅과 노르웨이 전설에 나오는 사이렌이라는 인어 이미지를 따서 가게 문을 연 지 16년이나 지나서였다. 에어비앤비의 첫 웹사이트 주소는 'airbedandbreakfast .com'이란 뭔지 모를 긴 암호 같은 것이었다.

실상 모두 제대로 된 가치 전달 방식을 찾을 때까지 숙려의 기간을 거친 셈이었다. 스케일업에 숨은 보틀넥이 있다. 이 작은 뒤집기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스케일업은 너무 긴 여정이 될 수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