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20>빼 먹은 것은 없을까?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20>빼 먹은 것은 없을까?

“어려서 공격수가 아니면 프로선수 되기 어려워요.” 한국 축구의 수비 약세를 비난하는 근거 없는 술자리 분석이 그럴듯해 보인다. 인기를 노리는 부모의 욕심을 탓하진 않지만 공격수만으로 이기는 축구는 불가능하다.

인기 중심의 정책 오류가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도 등장하는 것 같아 우려된다. 산업 발전이 제 길로 가는지, 간과한 분야는 없는지, 산업이 조화롭게 성장하는지를 명확히 짚어 볼 때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혁기에는 약간의 실수로 주요 기술 개발이 무시되고 뒤틀어진 발전 모습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20>빼 먹은 것은 없을까?

대한민국의 고속 성장 배후에는 과학기술이 있다. 우리나라는 1970년대부터 선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교포 과학자를 영입하고 연구소를 설립한 결실을 수확하면서 철강·조선·자동차 산업의 급속 성장을 경험했다. 정보통신기술(ICT)이라는 수레 위에서 3만달러가 넘는 국민소득을 올리며 역사 이래 최고 시대를 보내고 있다. 세계는 대한민국 성장을 “온 국민이 힘을 합쳐 교육과 산업에 투자한 결과”라고 칭송한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위태롭다. 마이너스 경제성장률과 연간 20조원 투자에도 과학기술이 창출하는 첨단 산업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정확한 진단과 치유가 시급하다.

쏠림 투자로 외면당하는 과학기술과 산업은 없는지 점검해야 한다. 일정 자원을 배분하는 상황에서 유행으로 포기하거나 약화되는 분야의 필요성과 산업의 필수인 원천 기술을 확인해야 한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와 일본의 경제 도발 교훈을 보면서 마이크로소프트(MS) 운용체계(OS)나 구글 서비스가 무기로 사용되는 경우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해킹 사건 감소로 인한 정보 보호 기술과 장기 투자를 요구하는 원천 기술이 소외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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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개발(R&D) 결과가 시장으로 전환되는 방식과 절차 효율성이 관심사이다. 무수히 많은 특허와 개발되는 기술이 사장되면 투자가 낭비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연구소와 산업체 간 연결고리를 재확인하고 연구 결과가 산업의 맥을 풀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부 역할, 기업 노력, 국민 참여가 국민 행복이라는 최종 목표를 향해 있는지 살피고 법제도·윤리·생활·인권 등은 기술과 함께 진화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윤리가 결여된 인공지능(AI)의 재앙 유발과 뒤처진 법제도 개선의 발목잡기를 경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행복하지 않으면 기술도 서비스도 한낱 포장에 불과하다.

산업화 시대를 맞아 정부의 '선택과 집중' 전략은 주효했다. 정보통신을 선택하고 집중한 정책은 경제 발전을 주도할 수 있게 한 훌륭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는 다르다. 선택과 집중보다 균형 잡힌 다양한 포트폴리오 설정 및 시행이 답이다. 과학 논리에 근거한 투자와 효율 관리를 토대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과학기술에 무지한 정책 입안자와 비전문가 국회의원은 전문가 의견을 존중하고 그에 귀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는 척 하느라 집적대는 동안 과학기술은 후퇴하기 때문이다. 예산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도 전문성은 부족하다. 포트폴리오 작성과 지속 점검으로 허점을 보완하는 일은 청와대의 몫이다. 부처의 옥상옥이 돼 폼 잡는 구습에서 벗어나 과학기술의 균형 발전을 점검하고 보완하는 청와대 본연의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정책 시행은 부처에 맡기고 부처 칸막이를 허무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전체를 보지 않으면 미래는 암울하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20>빼 먹은 것은 없을까?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