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에 밀려 설 자리 잃은 혁신성장...중소플랫폼 진입 사실상 불가능

국토교통부는 17일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타다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는 택시 면허 매입을 전제로 한 플랫폼 택시로 바뀌고 운전은 택시운전 자격을 갖춘 사람만 할 수 있게 된다. 이날 서울역 택시 승강장 모습.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국토교통부는 17일 혁신성장 및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앞으로 타다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는 택시 면허 매입을 전제로 한 플랫폼 택시로 바뀌고 운전은 택시운전 자격을 갖춘 사람만 할 수 있게 된다. 이날 서울역 택시 승강장 모습.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이르면 내년부터 '타다'와 같은 플랫폼사업자들은 택시사업자처럼 차량을 직접 구매하고, 기존 택시 면허를 매입하기 위한 기여금을 내야 한다. '타다' 운전사는 택시 기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택시업계 반발을 대부분 수용한 것으로, 중소 규모의 플랫폼사업자 진입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 혁신에 따라 다양한 사업 마당을 열고 국민 편의를 도모하기 위한 혁신 성장이 기득권에 의해 뒷전으로 밀린 셈이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이 세종청사에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김경욱 국토교통부 2차관이 세종청사에서 택시제도 개편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관계 부처 장관급 회의와 당정협의를 거쳐 택시제도 개편 방안을 17일 발표했다.

신규 운송사업 허가 제도를 포함해 세 가지 플랫폼 사업 제도를 만든 것이 골자다. 9월 정기국회에서 여객운수사업법 개정을 통해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플랫폼 사업은 △타다처럼 플랫폼과 차량을 직접 운영하는 플랫폼 운송사업(타입1) △웨이고처럼 기존 택시와 결합한 플랫폼 가맹사업(타입2) △카카오T 등 중개만 하는 플랫폼 중개사업(타입3) 등으로 나뉜다.

논란이 가장 큰 것은 타입1이다. 정부는 타다 등 플랫폼 운송사업자 역시 택시와 동일한 선상에 놓았다. 택시 허가 총량에서 택시와 플랫폼 운송 사업을 함께 계산하도록 했다. 플랫폼 운송 사업을 원한다면 그만큼 택시 면허를 매입해서 총량을 유지하도록 했다. 현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감차 사업을 통해 연 900대를 감차하고 있으며, 플랫폼 기여금으로 추가 매입한 만큼만 플랫폼 운송 차량 운행이 가능해진다. 직접 매입이 아니라 플랫폼 기여금이라는 명목으로 한 단계 거친다는 것이 기존 택시 면허 매매와의 차이다. 기여금은 중소 사업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대당 정액, 매출액 연동 같은 분납 형식도 허용하도록 했다. 업계는 개인택시 면허의 경우 현재 6000만~8000만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분납 기여금은 대당 월 40만원 선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플랫폼차량 기사들은 택시 종사 자격을 취득해야 하고, 성범죄·마약·음주운전 경력자는 배제된다.

렌터카 허용은 보류했다. 김경욱 국토부 2차관은 “차량을 확보, 운영, 서비스 형태에 최대한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택시업계 거부감이 너무 강해 반영하지 못했다”면서 “추가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서 타다 같은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직접 매입하고 기존 택시 면허를 매입해야 한다. 운전기사 확보에도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약 1000대를 운용하고 있는 타다는 차량 구입과 면허 매입을 위해 1000억원 이상을 써야 하는 셈이다. 기여금을 분납한다고 해도 차량 구입에 수백억원을 더해 매달 약 40억원의 기여금을 납부해야 한다.

타다는 여객운수법 시행령에서 예외적으로 허용된 11인승 이상 승합차를 임차하는 경우 운전자 알선 가능 조항을 이용한 사업 모델이다. 렌터카 허용이 빠진 채 법이 개정되면 현재 타다 모델은 불법이 된다.

플랫폼 운송 사업 차량 외관이나 차종(고급형, 승합형), 요금제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했다.

가맹사업(타입2) 규제는 완화하고 중개플랫폼(타입3)에는 신고제를 도입키로 했다.

법인·개인택시가 플랫폼과 결합해 다양한 가맹 사업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으며, 가맹 사업의 최소 면허 대수 기준은 줄이기로 했다.

카카오T·티맵택시 같은 중개 애플리케이션(앱) 플랫폼 사업은 신고제를 적용한다. 새로운 모델이 나오면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제도로 반영할 계획이다.

택시 월급제를 시행하고, 75세 이상 개인택시 사업자에게는 연금식으로 감차를 유도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모빌리티 업계는 이번 대책이 기존 제도를 근간으로 마련해 새로운 산업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재욱 VCNC 대표는 “기존 택시 산업을 근간으로 대책을 마련한 까닭에 새 산업의 진입장벽은 더 높아질 것”이라면서 “향후 국민편익 확대 차원에서 새로운 접근과 협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토부의 김경욱 2차관은 “실무 논의 기구를 통해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면서 “택시, 플랫폼업계,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택시제도 정착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