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바뀐 中 BOE, 향후 행보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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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옌슌 BOE 신임 회장.
<천옌슌 BOE 신임 회장.>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제조사 BOE가 지난 26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창업자 왕둥성 회장 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에 나섰다. 회사는 지난달 천옌순(陳炎順) 신임 회장을 새로운 수장으로 임명했다. 전임 왕 회장은 임기 동안 '중국 제조 2025 전략'을 바탕으로 디스플레이 육성 굴기를 펼친 결과, 세계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1위 국가로 올라서는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BOE가 새로운 회장 체제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 업계 관심이 집중됐다.

BOE는 지난달 11일 신규 이사회 후보 명단을 공개하고, 28일 투표를 거쳐 신임 회장을 최종 선출했다.

BOE그룹을 총괄해온 천옌순 CEO가 새로운 회장으로 올라섰다. 그는 1993년 BOE에 입사했으며 3년 전부터 CEO 직을 맡아왔다.

왕둥성 회장은 1993년 BOE를 창업한 후 지난 26년간 한국인 전문가를 적극 영입해 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력을 끌어올렸다. 세계 최초로 10.5세대 LCD 생산에 나섰고 6세대 플렉시블 OLED는 한국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생산능력을 증설했다.

국내 협력사와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BOE가 일정 성장 기틀을 갖춘 후 새로운 수장을 맞은 만큼 기존 한국인 영입 기류가 바뀔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 내부에서 신규 시장 진출 프로젝트로 준비해온 대형 OLED에 대한 기술 방식이 어느 방향으로 결정되는지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미 BOE는 한국인 생산 전문가 의존도를 낮추고 자국 전문가를 키우려는 분위기”라며 “일부 생산라인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주요 한국인 직원들을 제외했다가 문제가 발생하자 재배치했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고 전했다.

내부에서 경쟁해온 주요 개발 프로젝트 방향이 어떻게 바뀔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당장 대형 OLED 시장에 어떤 기술 방식으로 대응할지 관측이 엇갈린다.

BOE는 LG디스플레이가 상용화한 화이트OLED(WOLED) 방식과 차세대 잉크젯 프린팅 방식을 모두 준비하고 있다. 기술 안정성은 화이트OLED 방식이 더 높지만 '세계 최초' 타이틀을 고려하면 잉크젯 프린팅 방식을 먼저 도전할 가능성도 있다. 내부에서 화이트OLED 개발 조직과 잉크젯 프린팅 개발 조직이 경쟁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BOE는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 디스플레이위크 2019에서 잉크젯 프린팅 방식으로 제작한 55인치 OLED TV 패널을 시연했다. 다수 불량화소가 눈에 띄는 등 상용화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과거보다 상당히 화질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이 공급 과잉 문제에 직면한 만큼 이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어가는 정책을 펼칠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중국에서 LCD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은 공급 부족과 과잉이 일정 기간 동안 반복되는 '크리스탈 사이클'이 깨지고 침체기를 겪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BOE는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의료 등 다양한 분야를 전방위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며 “전략 변화에 따라 관련 국내 협력사가 받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어 앞으로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고 전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