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60>국가 차원 스케일업 전략 없이 돌파구 없다

[ET교수포럼의 정책 시시비비]<60>국가 차원 스케일업 전략 없이 돌파구 없다

지난 3일 정부는 올해 반환점을 돌아선 우리 경제의 예상 성적표를 당초보다 0.2%포인트(P) 낮추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날 발표된 '2019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올해 우리 실질국내총생산(GDP)이 2.4∼2.5%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발표된 전망치가 정책 효과와 의지를 반영한 정부 목표치라는 면에서 우리 경제 현실이 녹록지 만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이런 경제 상황 원인을 생각하면 작년 3월 시작된 미중 무역 마찰, 최근 한일 무역 분쟁 같은 대외환경 변화나 최저임금 인상, 소득주도성장 같은 이른바 'J노믹스'를 먼저 떠올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실상 이런 논쟁에 우리 관심이 매몰된 동안 우리 정책에 패러다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사라졌다. 그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스케일업 지원 정책'이 아닐까 한다.

거슬러가자면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버치가 주창한 '가젤기업(Gazelles)'까지 언급해야겠지만 고성장기업(High Growth Enterprise)에 정책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는 지적은 2010년 동명의 경제발전기구(OECD) 보고서에도 분명히 적시된 바 있다. 이 보고서는 버치의 주장처럼 고성장 기업이 '불균형하게' 순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기 때문에 고성장 기업이 정책적 초점이 돼야 한다고 단언했다.

또 같은 해 영국 싱크탱크 네스타도 2002~2008년 영국에서 기업이 창출한 신규 일자리의 약 49%를 전체 기업의 6%에 불과한 기업이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EC(European Commission)는 '유럽 2020 전략 보고서'를 통해 고성장 중소기업 지원을 정책 목표로 명시했던 것도 이 해 벌어진 일이다.

그리고 이들에 대한 정책 관심은 잘 알려져 있듯 2016년 셰리 쿠투가 '영국경제성장의 스케일업 리포트'란 보고서에서 이들을 스케일업 기업이라고 지칭하면서 스케일업 지원 정책은 성장과 고용 정책 관점에서 폭넓게 인용됐다.

공교롭게도 작년 발표된 셉 모니터의 '2018 기술 스케일업 유럽 리포트'는 2017년 유럽에서 1200개 이상 스케일업이 탄생했고, 220억달러가 투자됐음에도 이 정책에 많은 과제가 남아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실리콘밸리 한 곳이 기업 수에서는 유럽 전체와 맞먹으며 투자 규모는 3배나 된다고 자평하고 있는데, 이것은 쉐리 쿠투가 자신의 보고서에서 영국은 스타트업 대비 스케일업 성과가 불균형 상태인 이른바 '스케일업 갭(Scale-up Gaps)'에 봉착해 있다고 결론 내린 것과 동일한 맥락이다.

유럽 전체가 실리콘밸리만 못하다는 이런 통렬한 자책을 보면 과연 우리 정책은 어디에 서있는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우리가 받아들 점수표는 몇 점짜리일까. 우리는 이 스케일업 갭을 정책 의제로 제대로 인지는 하고 있는 것일까.

혹자는 “스타트업 수천개 만들면 뭐하나”라는 표현으로 우리 정책의 허점을 지적하는 듯 보인다. 실상 이것이 스타트업 정책의 공과를 말하려는 것은 아닐 터다. 단지 여지껏 우리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이 황량한 창업 생태계에 기반을 놓았다면 이제 정책의 시야를 스케일업으로 넓혀 선순환의 '뫼비우스 띠'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아닐까 한다. 그렇지 않고서야 결국 띠의 한 쪽 끝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정책은 다른 한 쪽 끝에서 허공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국가 차원의 스케일업 전략 없이 성장과 일자리 돌파구는 없다. 정부는 이 정책 영역에서 확고한 결단과 의지를 보여야 한다. 정책 병목에서 해법을 찾지 않고선 제자리 맴돌기를 그칠 수 없다. 그렇지 않고서야 '성장-일자리 갭'을 메꿀 도리는 없다. 정작 다른 답이 있다면 내놓아 보라. 한번 들어보고 싶다.

◇ET교수포럼 명단(가나다 순)=김현수(순천향대), 문주현(단국대), 박재민(건국대), 박호정(고려대), 송성진(성균관대), 오중산(숙명여대), 이우영(연세대), 이젬마(경희대), 이종수(서울대), 정도진(중앙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