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연구소 4만개 시대 '빛과 그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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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연구소가 4만개에 육박했다. 중소기업 연구개발(R&D)을 위한 기업 부설연구소 숫자는 양적으로 증가했지만 기업당 연구인력과 규모는 줄어들면서 연구 규모는 갈수록 영세해졌다.

31일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업부설연구소 통계현황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체 기업부설연구소는 4만856개, 이중 중소기업연구소는 3만9085개로 나타났다.

2014년 처음 3만개를 넘어 3만748개를 기록했던 중소기업 연구소는 꾸준히 증가해 다시 5년 만에 4만개를 바라보고 있다.

중소기업 연구소가 양적 성장은 일궜으나 대부분 규모가 영세해 세계 최초 등에 해당하는 신기술 연구는 거의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원 규모별 추이를 살펴보면 4인 이하 소규모 연구소 숫자는 2013년 이후 계속 늘어났다. 이미 2017년에 전체 기업연구소에서 5인 미만 연구소가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는 66.2%에 이르렀다. 대부분 '미니 연구소'로 10인 이상 연구소는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일본 수출 규제 대응을 위한 중소기업 핵심 기술 국산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를 추진해야 할 중소기업 연구소 역량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통계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주력 연구개발 분야도 국내 및 신흥공업국에서 이미 보편화된 기술이 76.5%에 달한다. 일부 선진국만 개발하거나 국내 최초 기술은 11.6%, 선진국은 보편화되고 국내 최초인 기술인 9.6%, 세계 최초 신기술은 2.4%에 불과했다.

기업부설 연구소 연구원 규모별 추이 (자료 출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업부설연구소 통계 현황)
기업부설 연구소 연구원 규모별 추이 (자료 출처: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기업부설연구소 통계 현황)

기업연구소 등 민간 R&D 활성화는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다.

그 동안 기업연구소 인정요건이 산업특성을 고려해 연구원의 학력과 독립공간 전용면적 등이 완화됐으나 중소기업 연구 전문인력이나 R&D를 위한 지원 조치가 충분히 이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중소기업 연구소는 대기업과 연구개발 역량 격차도 심화되고 청년, 석·박사 연구 인력 부족현상은 한층 심화됐다. 중소기업당 R&D 투자는 2007년 6억3000만원에서 3억4000만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주요 핵심 기술 국산화 등을 추진하기에는 중소기업은 핵심인력 이직이나 유출 등의 위험에도 쉽게 노출돼있어 장기간이나 대형 투자가 요구되는 R&D는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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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적으로 육성하는 시스템반도체나 소재·부품 분야 중소기업 기술 역량 강화를 위해선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인력보강과 효율적 R&D 정책이 필요하다. 기존 R&D체계의 구조조정과 함께 이공계 석박사급 인재가 군복무 대신에 중소기업 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전문연구요원제도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산업계는 요구했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소기업 R&D를 활성화하기 위해선 R&D투자나 신규 채용을 늘리는 우수 중소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산업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중소기업이 석·박사급 인재를 확보할 수 있는 전문연구요원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할 중소기업 혁신 역량 강화를 위해 업종별 중소기업 간 협력, 대기업과 개방형 혁신을 지원할 R&D 및 정부 지원 체계 변화도 요구됐다. 자체 R&D뿐만 아니라 공동·위탁 R&D 비중을 높이는 방안도 제안됐다.

양찬회 중소기업중앙회 혁신성장본부장은 “개별 중소기업보다 업종별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협동조합 중심 R&D지원체계도 효율적으로 보인다”면서 “R&D 결과를 가지고 사업화 등에서도 추가 지원을 연계하는 지원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